투자대상 - 성장가치 - 지배구조 등 살펴본뒤 결정
이미 주식형 펀드 비중 큰 투자자는 자칫 리스크 더 커질수도
《 ‘어떤 펀드에 들어야 하는 걸까?’
직장인 이모 씨(28·여)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 터진 글로벌 경제위기로 늘 마음을 졸였던 이 씨. 그는 얼마전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환매했다. 그리고 한동안 ‘다시는 펀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직접 주식투자를 할 용기가 없기에 결국 그래도 펀드로 재테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이 씨는 다시 괜찮은 펀드를 알아보고 있다.
최근 이 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펀드 유형 중 하나는 그룹주 펀드.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하며 눈에 띄게 주가가 오르던 한국의 대표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라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도 높을 것 같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호한 수익률 올린 그룹주 펀드들
이 씨뿐 아니라 요즘 그룹주 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경제위기 뒤 한국 기업들이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리며 경쟁력을 키웠고, 2차 전지 같은 차세대 성장동력 부문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초의 그룹주 펀드는 2004년 7월에 설정된 한국투자증권의 ‘삼성그룹증권투자신탁’이다. 현재는 범LG그룹, 범현대그룹, SK그룹, 5대 그룹 등 다양한 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일 기준으로 평균 48.8%.
그러나 그룹주 펀드의 경우 설정액 10억 원 이상이며 설정 후 1개월 이상 된 것 가운데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삼성 그룹펀드’들은 같은 기간 중 평균 57.8%, ‘기타 그룹펀드’는 52.0%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그룹주 펀드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들보다 올해 수익률이 좋았던 것이다.
○ 설정액은 ‘삼성 그룹펀드’, 수익률은 ‘현대차 그룹펀드’
설정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그룹주 펀드들의 경우 두드러지는 특징이 대부분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삼성 그룹펀드였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일 기준 설정액 1000억 원 이상 그룹주 펀드는 모두 13개. 이 중 3개를 뺀 10개가 삼성 그룹펀드였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선호도는 원래 높았는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뒤 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설정액 1000억 원 이상 그룹주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58.9%를 기록한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였다. 그 다음으로는 ‘삼성KODEX삼성그룹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58.8%)과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58.7%)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정액 10억 원 이상 되는 펀드 중 연초 이후 최고 수익률을 올린 그룹주 펀드는 삼성그룹이 아닌 현대차 그룹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현대차 그룹에 투자하는 ‘대신GIANT현대차그룹증권상장지수형투자신탁’은 설정액이 87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수익률에선 연초 이후 128.5%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 되는 그룹주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0%가 넘는 것은 이 펀드가 유일했다.
5대그룹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증권투자신탁1’의 설정액이 3248억6400만 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그러나 수익률에선 64.4%를 올린 ‘KStar 5대그룹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가장 앞섰다.
SK그룹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선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1[주식]C1’(495억8600만 원)과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1[주식]A1’(51.1%)이 각각 설정액과 수익률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 그룹주 펀드 선택할 때 기억해야 할 사항들
다양한 그룹주 펀드들이 나와 있고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다보니 전문가들은 적절한 그룹주 펀드를 선택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대증권은 최근 ‘그룹주 펀드 투자 다섯 가지 체크 포인트’란 보고서를 통해 그룹주 펀드 투자 요령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자신이 가입하려고 하는 그룹주 펀드의 투자 대상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
현대증권의 문수현 펀드애널리스트는 “그룹주 펀드는 소수의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라며 “이미 보유하고 있는 펀드가 있다면 이 펀드와 중복되는 기업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 가치가 뛰어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의할 점도 많다. 일단 그룹주 펀드는 위험이 높은 섹터 펀드이기 때문에 이미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투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그룹주 펀드가 인기를 누린다 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그룹주 펀드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수현 펀드애널리스트는 “그룹주 펀드는 10년 이상 장기 성장을 생각하고 설정되어야 하고 일부 그룹의 경우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삼성, 범LG, 범현대, SK 등을 제외하면 그룹주 펀드가 설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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