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쏘나타’
럭셔리… 컬러풀… 미끈한 곡선… 요염한 변신
핸들링 등 크게 나아졌지만 파워감은 아직 ‘-2%’
현대자동차, 참 어려운 브랜드다.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모두가 놀라는 경영성과를 올리더니 이번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디자인의 ‘YF 쏘나타’를 내놨다. 대중 브랜드이면서 보수적인 현대차의 기업 분위기로 볼 때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디자인. ‘너무 튄다’ ‘갑각류 같다’ ‘금방 질릴 거다’ 말들은 많지만 판매는 기록적이다.
○ 디자인으로 승부수 던진 현대차
2000년대 들어서 한국차의 디자인은 많이 발전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무난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대중 브랜드로서의 한계 때문에 과감한 변신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번에 그 고정관념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잘 해오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그저 그런 브랜드로, 항상 도요타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영원한 2류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에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차가 팔리는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임팩트를 주려는 의도다. “저 차 뭐야. 디자인 독특한데 성능도 괜찮더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게다.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개성 강한 디자인에다 승하차가 약간 불편할 수밖에 없는 4도어 쿠페 스타일은 수백만대를 팔아야 하는 대중적인 차종에는 금기시 돼 온 것이 사실이어서 장기적으로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일단 국내 반응은 좋다. 섹시하면서 럭셔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빨간색이 어울리는 중형차는 흔치 않은데 이번 쏘나타가 그렇다. 반면 택시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실내 디자인도 날렵한 선과 곡선의 대칭 속에 기능적으로도 편리해 외관에 못지않은 세련미를 풍긴다. 시승차는 최고급형에 모젠 옵션이 들어간 2985만 원짜리 모델이다. 소모품 교환시기까지 알려주는 주행정보 시스템은 고급 수입차 부럽지 않다. 화려한 컬러 계기반에다 각종 차량 운행정보가 나타나는 액정표시장치(LCD), 뒷좌석 열선시트와 에어벤트, 운전석 메모리 시트 등이 들어가 있어 럭셔리한 분위기를 살린다. 다만 각종 스위치의 작동감은 디자인만큼 세련되지는 못했다.
○ 성능은 좋아졌지만 디자인에 비하면 아쉬움도
동력성능은 배기량 2.0L에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이다. 출력은 165마력으로 타사의 동급 엔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전문장비로 측정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9.9초로 경쟁모델들보다 0.5초 안팎으로 가장 빨랐다. 그러나 체감적으로 느껴질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최고속도는 위성위치측정장비로 시속 216km까지 찍혀 확실히 높아진 마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때 속도계는 시속 218km로 실제 속도와 거의 일치했다. 시승차는 주행거리가 500km에 불과해 길들이기가 끝난다면 시속 220km까지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시속 210km 이상에서는 가속력이 크게 둔해져 실질적인 최고속도는 210km로 보인다. 경쟁모델들은 보통 시속 200km를 경우 넘기는 수준이다.
차량의 흐름에 따라 일반적으로 운전했을 때 서울 시내주행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8km대로 나왔다. 부드럽게 운전한다면 9km도 가능해 보였다. 엔진의 효율이 높아지기도 했겠지만 연비가 기존 4단 변속기 때보다 5%이상 좋아진 주된 이유는 새로 도입된 6단 자동변속기 덕분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서는 L당 14km까지도 가능했다. 6단 변속기는 기존 4단 변속기보다 확실히 변속감이 좋았다. 변속 스피드는 평범한 수준이었는데 연비를 고려한 탓에 상위 단수로 빨리 변속돼서 추월이나 끼어들기 등 가속이 필요할 때 다운시프트 되고 가속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려 다소 답답했다. 연비를 높이면서도 운전자가 원할 때 재빨리 변속이 이뤄져 가속시간을 줄이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0L급으로서의 동력성능 완성도가 높아졌고 해외 경쟁 브랜드 차종과도 충분히 대적이 가능한 ‘내공’을 쌓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파워’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느껴진다. 실내외 디자인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스포티한 성능이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평범해 언밸런스하다는 인상도 든다. 2.0L 모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다.
○ 핸들링과 승차감은 평균 이상
쏘나타의 핸들링과 코너링은 얼핏 봐서는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발전이 있었다. 우선 핸들링이 빨라졌다. 운전대 움직임에 따른 차의 반응성을 높이려면 보통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해야 하는데 쏘나타는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연속된 급커브길에서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아나갈 때도 과거처럼 허무하게 회전반경이 커지는 언더스티어가 나타나지 않고 상당히 끈끈하게 버텨주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도 웬만해서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속 140km 이상 고속영역으로 올라가면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한계를 드러내며 불안감을 준다. 중저속에서 잘 버텨주던 서스펜션에 기대를 했지만 고속에서는 역시 무리였다. 게다가 뒷좌석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후륜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설정한 탓인지 고속에서 차로 변경을 빨리 해보면 뒤뚱거리는 후륜 때문에 핸들링이 언밸런스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승차감은 대체로 편안했는데 현대차가 새롭게 디자인한 가죽시트가 한몫을 했다. 시트는 생각보다 승차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쏘나타의 시트는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고급 소파에 앉은 것처럼 착 달라붙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몇 시간 운전해도 허리나 신체 어느 한 부분이 결리지 않았다. 뒤 서스펜션에서 마운트에서 들려오던 텅텅거리던 소음이 사라진 것도 반갑다.
차체의 밀폐감은 좋아서 시속 200km에서도 바람소리는 적은 편이지만 외부소음을 차단하는 방음성능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엔진음은 낮은 회전수에선 6기통 엔진 부럽지 않게 조용하지만 2500RPM을 넘어서면 ‘크르렁’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연비와 출력 향상, 원가절감을 위해 2008년부터 세타엔진에서 밸런스 샤프트를 제거하면서 생긴 문제다. 2007년 이전에 생산된 NF쏘나타를 몰아보면 그 차이는 확실하다. 타이어 소음도 제법 들린다.
신형 쏘나타는 모든 면에서 구형보다 좋아졌다. 다만 디자인이 너무 앞서가서 성능과의 조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럭셔리한 외모에는 6기통 200마력 이상의 엔진이 올라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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