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악마 고객’ 많을수록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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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할인 제품만 사고 툭하면 반품
회사 수익에 막대한 악영향
‘매출액―원가’론 손익계산 부정확
숨은 비용 포함 ‘주머니 이윤’ 중요”

모든 고객이 ‘왕’은 아니다. 일부 고객은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악마’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의 피자 배달처럼 배송
비용 등을 감안하지 않고 무턱대고 상품을 팔면 기업이 어려워진다. 개별 고객의 수익성을 정확히 분석해야 성과 개선이 가능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제공 딜로이트 리뷰
모든 고객이 ‘왕’은 아니다. 일부 고객은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악마’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의 피자 배달처럼 배송 비용 등을 감안하지 않고 무턱대고 상품을 팔면 기업이 어려워진다. 개별 고객의 수익성을 정확히 분석해야 성과 개선이 가능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제공 딜로이트 리뷰
《 미국 서해안 지역에는 광활한 잔디가 펼쳐진 골프 코스가 수천 곳이나 있다. 미 중서부에 위치한 잔디 관리용품 제조업체 A사는 이 지역에 진출하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디어 서해안 지역에 진출한 A사는 초기에 높은 매출을 올렸고, 26%의 매출총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 회사의 재무상태는 신기하게도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익성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 중서부에서 서해안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A사 경영진은 회사가 서해안 지역과 거래를 할 때마다 실질적으로 6∼8%의 손실을 보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고객의 실질적 수익성을 뒤늦게나마 파악하지 않았더라면 이 회사는 파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신들이 고객 수익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고객 수익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기업은 의외로 적다. 많은 기업이 실제론 손해를 끼치는 고객을 ‘우량 거래처’로 착각하거나,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계산해 내지 못한다. 고객 수익성을 잘못 파악하면 회사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고객 수익성 분석 방법을 개선하면 회사의 재무상태를 단기간 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경영 전문지 ‘딜로이트 리뷰’는 최신호(2009년 하반기호)에서 기업들의 정확한 고객 수익성 분석을 돕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딜로이트 리뷰’는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1년에 2번씩 발행한다.

○ 주머니 이윤과 총매출이익

딜로이트 리뷰는 ‘주머니 이윤(pocket margin)’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주머니 이윤이란 개별 상품의 시장 표시 가격에서 매출원가는 물론이고 거래와 관련한 모든 비용을 뺀 후 회사의 주머니에 실제로 남겨지는 금액을 말한다. 주머니 이윤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만을 뺀 결과인 매출총이익보다 기업의 손익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거래 관련 비용은 프로모션 비용처럼 명백히 드러나는 것부터 운송과 보관 등 간과하기 쉬운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다.

주머니 이윤은 거래의 각 시점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미치는 영향을 시각화한 ‘가격폭포(price waterfall)’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에 나와 있는 제품의 시장 표시 가격은 600달러다. 여기서 고객별 특별할인과 신용환급, 프로모션 관련 비용 등을 모두 제하면 결과적으로 200달러의 이윤이 회사에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많은 기업이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을 기준으로 고객 수익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매출총이익만 고려하면 개별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이익을 정밀하게 잡아낼 수 없다. 설사 기업이 이런 비용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비용을 전체로 뭉뚱그려 처리하면 특정 고객이나 개별 세분 시장, 개별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생기는 차이를 잡아낼 수 없다. A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주머니 이윤은 개별 고객들이 수행한 모든 거래를 살펴봄으로써 각 거래의 수익성을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각 거래에서 매출이 얼마나 생기는지, 이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가 지출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그 비용이 언제, 그리고 왜 발생하는지를 명확히 보여 준다는 뜻이다.

○ 고객을 ‘천사’와 ‘악마’로 구분해야

기업들은 주머니 이윤을 통해 그들이 누구로부터 얼마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얼마를 지출하고 있는지,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주머니 이윤을 이용했다. 이 회사는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브래드 앤더슨의 방침에 따라 자사 고객을 ‘천사’와 ‘악마’로 분류했다.

천사란 신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제대로 된 소매가격에 구입하는 소비자를 뜻했다. 반면 악마는 할인 품목이나 특가 제품만 구입하고, 상당수 구매품을 반품하는 등 회사의 수익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끼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베스트바이는 고객 분류를 마친 후 ‘천사’ 고객들과의 거래를 더욱 늘리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제품을 다양화하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했다. 반면 ‘악마’ 고객들을 마케팅 대상자 명단에서 빼버렸다. 아울러 악마 고객들이 제품을 반품할 때 15%의 수수료를 내도록 했다. 결국 이 회사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주머니 이윤 등을 이용한 새로운 고객 수익성 분석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밀한 고객 수익성 분석이 가져오는 이익은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처음에는 하나의 생산 라인, 사업 부문부터 시작해 회사의 자원이 허락하는 대로 투자를 점차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이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호(10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호(2009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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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逆혁신은 산소다” GE의 생존전략

GE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자국에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한 다음 제품을 변형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부유한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이 모델로는 충분치 않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의 기회를 활용하고, 부유한 국가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역(逆)혁신’ 전략을 익혀야 한다.

▼회계를 통해 본 세상/엔론 몰락 가져온 잘못된 보상체계

미국 동부의 작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으로 한때 미국 5위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엔론은 M&A와 신사업 분야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실제 발생한 이익이 아니라 계약이 체결되거나 신사업을 시작한 시점에서 미래 이익을 추정해 그 일부를 경영진의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엔론 경영진은 계속 신사업을 벌이는 데만 집중했을 뿐 이미 계약을 체결한 사업의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엔론은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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