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영업익 2090억… 2년만에 흑자 반전

D램-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힘입어
3분기 매출 2조1180억… 26% 늘어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였다.’ 하이닉스반도체가 2007년 3분기(7∼9월) 이후 2년 만에 ‘적자의 터널’을 뚫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1180억 원, 영업이익 209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23일 밝혔다. 2분기(4∼6월) 2110억 원 영업적자에서 이번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2분기 대비 26%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10%에 이른다. 순이익도 2분기 ―580억 원에서 3분기 2460억 원으로 흑자 반전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D램 및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과 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 따른 출하량 증가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 이유 있는 흑자 전환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 제품인 DDR2 1Gb(기가비트) 667MHz 제품의 10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같은 달 전반기보다 15.73% 오른 2.06달러였다.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은 D램 업체가 주요 거래처와 대규모로 거래하는 물량의 평균값으로 이 가격이 2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후반기 이후 14개월 만이다. 이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올해 초 0.8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 가격도 평균 판매가격이 4% 올랐고, 출하량은 5%가량 늘었다.

하이닉스가 공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해외 경쟁사들보다 위기에 강한 체질을 만든 것도 실적 호전의 한 요인이다.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와 이노테라, 미국 마이크론, 일본 엘피다 등 해외 경쟁사들은 적자에서 헤매거나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제 하이닉스를 앞서는 경쟁사는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뿐이다.

○ 밝아진 미래 전망

게다가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성수기가 다가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OS) ‘윈도 7’ 등이 발표되면서 세계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여 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PC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0년에는 올해보다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5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D램 생산 비중을 2분기 말 기준 31%에서 3분기 말 45%까지 늘렸고, 연말에는 60%로 확대하는 등 공정 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닉스의 해외 경쟁사들은 아직 60nm급 생산 공정에 머물러 있지만 하이닉스는 연말부터 44nm급 제품을 양산해 후발 업체와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계획이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숫자가 작을수록 더욱 미세한 생산이 가능한 고급 기술이다. 40nm급 생산 공정을 갖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하이닉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하이닉스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차세대 D램인 DDR3 생산량도 연말까지 45%로 늘릴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D램 생산량 가운데 30%를 DDR3에 할당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