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 삼성전자가 다음 달 1일 사람으로 치면 ‘세상의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지 않는 나이’인 불혹이 된다.
삼성전자는 30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 다목적홀에서 이윤우 부회장 등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40주년 기념식 및 비전 선포식’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1위로의 위상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분기별 사상 최대인 3분기(7∼9월)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데다 올해 처음 ‘연매출 100조 원, 연간 영업이익 10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돼 이번 행사의 의미가 더욱 크다.
○ 40년간 매출 351만 배 증가 1969년 경기 수원에서 전자부품 제조사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1위, TV 1위,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1위, 휴대전화 2위’인 ‘글로벌 전자 제왕’으로 거듭났다. 창업 첫해 36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8만3500명으로, 3700만 원이었던 매출은 130조 원(예상치)으로 늘었다. 연매출은 40년간 무려 351만 배로 증가한 셈.
삼성전자는 1983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도쿄 선언’을 기폭제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반도체로 삼성전자와 국가 경제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같은 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64Kb D램을 개발했고, 1994년 256M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과 일본을 따돌렸다.
삼성전자는 ‘D램 강자’에 만족하지 않고, 초일류 전자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지시한 ‘신경영 선언’이 신호탄이 됐다. 소니 등을 넘어서려면 모방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는 뜻. 이후 1994년에 ‘애니콜’ 휴대전화, 1997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를 내놓아 세계 시장 정복의 기반을 닦았다.
○ 추종자에서 개척자로 삼성전자는 현재 기로에 서 있다. 올해 5월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무죄 판결과 사상 최대 실적으로 오너 복귀와 3세 경영 가능성 등이 재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40년사’를 발간하면서도 오너 일가에 대한 얘기는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태양전지 사업 등 ‘100년 기업’을 위한 먹을거리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그동안은 선진기업을 쫓는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추종자)였다면, 창립 40주년을 기점으로는 글로벌 1위로서 새 길을 개척하는 패스파인더(path finder·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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