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상원 씨(21·사진)는 매를 부려 토끼와 꿩 같은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응사(鷹師)의 아들이다.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8호인 그의 아버지 박용순 씨는 대전 동구 이사동에 전통 매사냥 보전회인 ‘고려응방’을 세워 낮에는 송골매와 참매를 훈련시키고, 밤에는 옛 문헌 속의 매사냥을 연구한다.
아버지는 올겨울 매사냥 준비에 여념이 없다. 무형문화재가 된 지 10년째이지만 아직까지 매사냥 이수자를 한 명도 못 냈다. 아들은 매에 빠져 가정을 소홀히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시대에 매사냥이라니….’ 야생 짐승이 살기 힘든 세상인데 사냥을 하는 것은 다른 생물에 대해 이해하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태도라는 생각도 한다.
어느 날 아들에게 군 입대 영장이 나왔다. 입대까지는 단 3개월. 영장은 아버지를 향해 닫혀 있던 그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매사냥 전수를 받아보겠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매를 손등에 올리는 것조차 힘이 든다. 밤에는 함께 잠을 잔다. 매는 어떤 날에는 말을 잘 듣다가도 어떤 날은 전혀 안 들으며 속을 썩인다. 매를 길들이는 응사는 밤이나 낮이나 매와 떨어져서는 안 되고, 사람 많은 곳에 매를 데리고 나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줘야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매와 응사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야기한다.
EBS는 26일 오후 9시 50분 매사냥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참매와 함께한 100일간의 기록―참매와 나’를 방송한다. 매사냥은 현재 50여 개국에서 3만 명 정도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에 나오는 대전의 박용순 응사와 전북 진안군의 박찬유 응사 두 명이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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