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 효성 전무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하와이 등지에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데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가 이달 초 자신의 홈페이지 ‘시크릿 오브 코리아(andocu.tistory.com)’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고 이 문제가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데 따른 것이다.
○ 검찰, 미국 부동산 취득 경위 확인 중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다양한 경로로 조 회장 일가의 미국 부동산 취득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일어난 일이라 신속하게 경위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자금 출처 등에 대해 자료를 받으려면 미국에 사법공조 요청을 해야 하지만 문제가 된 돈이 회삿돈 횡령 등 범죄와 관련됐다는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외화 밀반출 등을 처벌하는 법규가 없어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만으로는 사법공조 요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 구입자금의 출처 또는 경로로 의심받고 있는 효성아메리카도 법적으로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직접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최근 조현준 사장이 5년 전에 사들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콘도를 헐값에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 사장이 180만 달러에 사들인 콘도를 부동산중개인에게 150만 달러에 내놓았다는 것이다. ○ ‘효성 비자금’ 재수사 이뤄질까
미국 부동산을 둘러싼 경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은 “효성그룹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종결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기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했던 사안과는 달리 새로 제기된 미국 부동산 문제만을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야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봐주기 수사’의 증거라며 제시한 대검찰청 범죄 첩보보고서 내용은 지난달 효성그룹 임원 2명에 대한 기소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수사는 내부자로부터 확실한 제보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지만 효성은 의혹만 있고 구체적 첩보가 없어 새로운 증거나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다시 수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미국 부동산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가 효성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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