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확산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국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겨울철이 가까워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세계적으로 신종 플루 확산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신종 플루 관련 종목들이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던 8월의 주가 수준 아래로 떨어져 있는 등 가격변동성이 크고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코스피시장에서는 신종 플루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백신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백신 공급업체인 녹십자는 가격제한폭인 14.73%(2만1500원)까지 올라 16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복제약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SK케미칼도 10.73% 오른 7만1200원이 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신종 플루 진단 종목인 바이오랜드, 에스디가 상한가에 장을 마쳤다. 중앙바이오텍, 제일바이오, 파루, 중앙백신 등 신종 플루 관련 종목으로 알려진 주식들도 상한가에 동참했다.
전날 미국이 신종 플루 확산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미국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백신 공급량은 1억2000만 명분에 이르는 필요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주가 급등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관련주라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관련주들이 이미 충분히 상승한 사례도 많아 막연히 수혜 가능성만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신종 플루 확산 소식이 나올 때마다 관련 종목들이 반짝 상승했다 다시 하락하는 등 가격 불안정성을 보였다.
대표적인 신종 플루 관련주인 녹십자는 8월 국내에서 신종 플루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 주가가 20만 원을 웃돌기도 했지만 이달 초 13만 원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16만 원대를 회복했다. 녹십자는 이미 신종 플루 예방 백신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데다 정부와의 추가계약 가능성, 동남아권을 대상으로 한 수출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LIG투자증권 이승호 애널리스트는 “녹십자는 다른 신종 플루 테마주와 달리 실적이 확인된 실적주”라며 “이런 녹십자도 처음 테마주 대열에 들어섰을 때의 주가를 아직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 플루 테마주 가운데는 바이오랜드, 에스디처럼 정부와 계약을 맺는 등 실적이 확인된 종목도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분석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확인된 정보가 거의 없는 종목이 대부분이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플루가 대유행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이전과 양상이 달라졌다”면서도 “막연한 기대로 실적이 확인되지 않은 종목들에 투자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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