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 ‘덴마크 환경영웅’ 쇠렌 헤르만센 씨의 조언
12년전 풍력발전 사업성 알려
작은섬 삼쇠 에너지자립 성공
한국, 좋은 햇빛 적극 활용을
“녹색성장은 선진국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에서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이젠 ‘선언’을 넘어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때입니다.”
28일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만난 덴마크의 ‘환경 영웅’ 쇠렌 헤르만센 삼쇠에너지아카데미 소장(사진). 그는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을 칭찬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 동쪽의 작은 섬 삼쇠의 주민인 그가 자신 있게 이런 충고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인 삼쇠를 신재생에너지 섬으로 변모시키는 데는 헤르만센 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삼쇠의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9월 그를 환경 영웅으로 선정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너무 막막했어요. 팔짱만 낀 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죠. 자금을 모으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환경에 좋을 뿐 아니라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거기에 소액이라도 환경사업에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주판알을 튀겨 본 주민들이 ‘낙농업보다 수입이 낫다’는 판단이 들자 하나 둘 첫 번째 프로젝트인 풍력발전소 사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섬 주민 4300명 가운데 10%가 넘는 450명이 풍력발전소 지분에 투자했다.
풍력발전 사업의 성공을 밑거름으로 폐목재와 밀짚을 태워 열을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태양광발전소까지 잇달아 추진했다.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열전지판을 설치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돈을 은행이 아니라 지붕에 저축해 놓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약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8400만 달러가 들었는데 이 중 7200만 달러가 주민들의 지갑에서 나왔다. 이런 투자 덕분에 삼쇠 섬은 거의 100%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해결하는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섬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탄소량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섬으로 유명해지면서 관광업이 낙농업에 이어 두 번째 수익원이 됐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나니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지더군요.”
삼쇠 섬의 성공 스토리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헤르만센 소장의 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덴마크에는 바람(풍력)이 강하지만 한국은 햇빛이 좋습니다. 태양광시스템을 우선 추천합니다. 일단 소규모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연히 일자리도 생길 것입니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면 점차 옆 마을로 확산될 것입니다.”
부산=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삼쇠의 성공 스토리 :: 덴 마크 삼쇠 섬 주민들은 대대로 낙농업과 돼지 사육에 종사해오며 덴마크 본토에서 실어오는 석탄과 석유로 에너지를 해결했다. 하지만 1997년 10월 이 섬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이 섬에서 나고 자란 쇠렌 헤르만센 삼쇠에너지아카데미 소장 주도로 10년 뒤 삼쇠를 신재생에너지로 자급하는 섬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 12년이 지난 지금 삼쇠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0)인 ‘탄소중립지대’로 바뀌면서 세계 녹색성장의 표본이 됐다. 육상 풍력발전기 11대와 해상 풍력발전기 10대를 통해 전기를 100% 자급할 뿐 아니라 본토에 전력을 내다판다. 폐목재와 밀짚 등 바이오매스 소각시설 및 태양열 발전시설도 건설해 난방수요 77%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