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업계를 평정한 ‘자일리톨휘바껌’도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1997년에 첫선을 보였다가 실패했다. 원인은 가격 때문이었다. 자일리톨의 가격이 설탕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고가여서 당시 경쟁하던 껌과 같은 가격으로는 팔 수 없었다.
자일리톨껌의 시초는 ‘자일리톨에프(F)’다. 이 껌의 가격은 한 통에 500원. 지금은 껌 한 통 500원이 당연한 것이지만 1997년엔 대부분의 껌 가격이 300원이었다. 소비자 반응은 주로 “자일리톨이 치아에 좋다는 건 잘 모르겠고, 무슨 껌 한 통에 500원씩이나 하느냐”였다. 이런 싸늘한 반응에 자일리톨에프는 출시 1년도 못 채운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자일리톨껌이 재기하게 된 것은 마케팅을 달리하면서부터다. 롯데제과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치과 의사들을 먼저 공략했다. 일반 대중을 향해 자일리톨의 효능을 설명하는 것보다 치과 의사들에게 먼저 공급하는 편이 빠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의사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껌을 씹으려면 자일리톨껌을 씹는 것이 낫다”고 말해준다면 확실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제품 광고 슬로건도 ‘치아 건강’에 치중했다. ‘자기 전에 씹는 껌’ ‘양치 후에 씹는 껌’ 등으로. TV광고는 세계에서 충치환자가 가장 적다는 핀란드를 배경으로 진행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공식추천상품으로 인증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도 기능성 보고서를 보내 올해 3월에는 일반 식품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전략은 적중했다. 자일리톨휘바껌의 인기는 치아 때문에 고생해본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높아졌다. 2000년 5월 첫 시판 이후 2009년 4월까지 팔린 자일리톨휘바껌의 양은 500원짜리 포장으로 환산했을 때 약 31억 묶음에 달한다. 우리나라 4800만 국민이 1인당 64묶음씩 씹을 수 있는 양이다. 한 알 한 알 낱개로 환산하면 약 185억 개다. 세계 67억 인구가 1인당 약 3개씩 씹을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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