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입학 때보다 졸업 때 더 강한 학생 만들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첫 모교출신 이종욱 총장의 ‘내사랑 서강대’

“총장보다 더 나은 특별대우로
미래지향적 교수 대거 영입
무서운 연구집단으로 키울 것

‘특별한 서강’ 만들기 프로젝트
내년 개교 50년에 공개합니다”


“‘화랑세기’를 연구할 때 많은 사람이 내 연구를 의심했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학계의 주류와 전혀 다른 마당에서 연구했다. 대학 경영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할 것이다.”

이종욱 서강대 총장(63·사진)은 신라사의 대가로 꼽히는 역사학자다. 위작 시비가 일었던 화랑세기에 대한 고집스러운 그의 연구가 없었다면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은 전파를 타기 어려웠다.

신라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발굴한 이 총장의 학문적 열정이 이번엔 ‘모교 리모델링’으로 향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는 올해 6월 서강대 최초의 모교 출신 총장으로 취임해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는 서강대 중흥을 이끌고 있는 이 총장을 만났다.

―취임 일성이 ‘특별한 서강’ 프로젝트였다.

“1985년 미국 예수회가 학교 경영에서 손을 떼고 학생을 증원하면서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별한 서강 프로젝트는 과거 예수회가 만든 전통을 되살리고 21세기에 적합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전공 3개까지 다전공을 인정하고, 한 학생만 수강해도 폐강하지 않고 강의를 진행하는 전통은 대한민국에서 서강대가 유일하다. 사학, 법학을 전공하고 자연과학 강의를 자유롭게 들었던 한 학생은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에 잇달아 합격하기도 했다. 특히 경영전문대학원은 4년간 준비한 끝에 국제경영교육인증(AACSB)을 받았다. 두뇌한국(BK)21 대형사업단, 세계적 수준 연구중심육성사업(WCU)에도 선정됐다. 교육의 우수성을 국내외에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강한 학생’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최고의 교수진은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

“과거 업적이 뛰어난 분도 필요하지만 임용된 이후 10, 20년간 중요한 연구를 할 사람을 뽑고 싶다. 과거의 업적이 많아도 교수가 된 이후 연구를 안 할 수도 있다. 그런 분일수록 연구비도 많이 쓰고 실험실도 많이 차지한다. 당장 연구업적이 별로 없어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연구자를 찾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보상과 인정도 필요하다. 한국의 교수들은 모두 평등하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외국대학 사례를 보면 공학 쪽에서는 분명히 차등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강대도 이런 차등화가 시작됐다. 총장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특별대우를 받는 교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학교 중흥을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

“총장 선거 때나 취임사에서 학교발전기금을 확보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총장이 되니 다르더라. 이젠 나도 여기저기에 돈 달라는 소리를 한다. 다만 동문이라고 무조건 기부금을 내라고 하진 않겠다. ‘특별한 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가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스스로 기부금을 내도록 만들겠다. 산학기업을 육성해 등록금 의존도도 줄이겠다. 이를 위해 기술지주회사와 산학기업을 만들고, 동문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출자한 벤처금융회사인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도 설립했다. 방사성 진단시약과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산학기업 ‘에스메디’를 세웠다. 2012년 말 제품을 양산하고 2∼3년 후 상장할 계획이다. 수익이 나면 학생과 교직원에게 돌리겠다. 정부가 10년간 5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한국태양에너지연구센터(K-SERC)도 유치했다. 이런 대형 연구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하겠다.”

―학과의 자율성도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학교가 모든 것을 중앙에서 통제했다. 본부가 학과의 자율성을 침해해 온 것이다. 학과중심제로 자율과 분권을 하겠다. 학과장이 최고경영자(CEO)가 돼 교수의 충원,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방법 개발, 연구비 배분을 책임질 것이다. 연간 예산에서 30억 원을 떼어내 ‘특별한 서강기금’을 마련하고 각 학과에 나눠주겠다. 학과가 자율적으로 국제화 지표 등을 높이는 데 사용했으면 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성과가 더 높은 학과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생각이다.”

―‘특별한 서강’ 프로젝트는 언제 가시화되나.

“4년 후가 아니라 25년 후인 2035년을 바라보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12월 학내 여론을 수렴하고, 내년 1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 한 세대 후 새로운 교수님들이 올 것이고, 이들로 이루어진 무서운 연구 집단을 만들겠다. 이들이 성과를 내고 새로운 틀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재단은 이를 지원하고, 새로운 총장이 이를 계속 추진할 것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대학생 인턴연구원 정지용 씨(25·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가 참여했습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2009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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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Smarter Pricing

가격은 마케팅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아직도 단순히 원가에 적정 마진을 붙여 가격을 산정하는 기업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강조한다. 가격을 결정할 때에는 특히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준거가격(reference value)’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격결정 방식, 학계 연구 동향, 최신 방법론 등을 전한다.

▼Lecture for CEO/위대한 과학자들의 비밀, ‘몰입’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반 동안 하나의 문제에 몰입함으로써 재료공학 분야에서 수십 년간 풀리지 않았던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학문적 쾌거를 이뤘다. 황 교수는 이러한 몰입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배웠다고 말한다. 황 교수는 누구나 ‘슬로 싱킹(slow thinking)’을 훈련함으로써 한 분야에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패션과 경영/파는 게 목적이 아닌 이상한 가게, 팝업 스토어

1990년대 후반 이후 많은 명품 브랜드가 대형 단독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플래그십 스토어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팝업 스토어’가 매력적인 매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철거 직전의 허름한 건물이나 한적한 지역의 건물에서 최소한의 인테리어 공사만 거친 뒤 1년 내외의 짧은 시간만 존재하다 사라진다. 팝업 스토어가 패션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Egon Zehnder Report/위기는 직원들의 투지를 일깨우고 단결을 강화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필립스의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회장이 리더십과 직원 동기부여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2001년 취임한 그는 필립스의 사업 구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개혁했으며, ‘감각과 단순성(sense and simplicity)’을 모토로 끊임없는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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