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공격 브랜드, 치명적 유혹을 가진 양날의 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저가 경쟁 브랜드에 맞서는 대항마
지나친 품질 저하로 제 발등 찍을수도”

1998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고민에 빠졌다. 해외에서 생산된 말버러 담배를 러시아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환율 때문에 시판 가격이 무려 4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위축된 데다 현지 담배 업체들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었다. 고민 끝에 필립모리스는 ‘본드 스트리트’라는 저가 제품을 내놓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나중에 루블화 가치가 회복되자 소비자들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 말버러를 다시 찾게 됐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본드 스트리트’ 같은 신제품을 ‘공격 브랜드’라고 부른다. 공격 브랜드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저가 경쟁 브랜드에 맞서 싸우며, 동시에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공력 브랜드를 잘 이용하는 기업은 경쟁 브랜드를 몰락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저가 시장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공격 브랜드의 엄청난 위력은 언제나 경영자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격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마크 릿슨 호주 멜버른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10월호에 기고한 글(Should You Launch a Fighter Brand?)에서 “공격 브랜드는 치명적인 유혹을 가진 ‘양날의 칼’”이라며 “기업은 공격 브랜드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해야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공격 브랜드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살펴봐야 할 전략적 위험요소, 즉 체크 포인트를 제시했다. 다음은 주요 사항을 요약한 내용이다.

○ 기존 자사 제품의 시장 잠식

대부분 기업들은 경쟁사의 저가 제품 출시로 자사 프리미엄 제품 고객들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공격 브랜드를 만든다. 그러나 공격 브랜드가 경쟁사의 저가 제품이 아닌,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을 빼앗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코닥은 1994년 후지컬러의 ‘슈퍼G 필름’을 격퇴하기 위해 저가 브랜드 ‘펀타임’을 내놓았다가 이런 경험을 했다. 코닥은 펀타임을 프리미엄 브랜드인 ‘골드 플러스’보다 낮은 품질로 만들었지만, 소비자들이 ‘카메라 필름은 다 그게 그거 아냐’ 식으로 생각한다는 게 문제였다. 급기야 펀타임은 슈퍼G 필름이 아니라 골드 플러스의 매출을 잠식해 버렸다.

기업은 공격 브랜드를 시판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즉 공격 브랜드는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고객들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가격은 물론이고 고객이 인식하는 품질 수준도 함께 낮춰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고객이 품질에서 차이를 느끼는지는 시험 판매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 지나친 품질 저하로 경쟁자 압도 실패

코닥의 사례와 반대되는 것도 많다. 공격 브랜드의 장점을 지나치게 억누르거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과잉보호하면 경쟁사 저가 제품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다.

인텔은 1990년대 말 개인용 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경쟁사인 AMD에 대응하기 위해 ‘셀러론’이란 공격 브랜드를 내놓았다. AMD가 인텔(슈퍼맨)을 겨냥해 ‘K6’(슈퍼맨을 무너뜨리는 유일한 물질인 ‘클립토나이트’에서 착안한 이름)란 공격 브랜드를 내놓은 뒤였다.

셀러론의 가격은 충분히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제품 자체의 성능이 너무 떨어졌다. 인텔이 프리미엄 브랜드(펜티엄)를 보호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빼버린 탓이었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인텔은 몇 달 후 ‘셀러론A’라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도 가격이 낮았지만 구형 펜티엄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셀러론A는 저가 PC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릿슨 교수는 “시험 판매를 해보면 자사 프리미엄 제품의 고객 기반을 잠식하지 않으면서도 경쟁사 제품을 압도할 수 있는 적정한 품질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인텔은 시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슈퍼맨도 해내지 못한 클립토나이트의 치료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 시장 점유율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

공격 브랜드가 판매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공격 브랜드 제품의 개발과 유지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면 판매 성공이 오히려 기업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GM의 새턴이 대표적인 사례다. GM은 연료소비효율이 좋으면서도 값이 저렴한 일본차에 대응하기 위해 1982년 ‘새턴’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GM은 새턴을 다른 종류의 자동차 회사로 홍보했다. 테네시에 별도의 공장을 세우고, 디트로이트의 GM자동차와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1990년 등장한 새턴은 미국 자동차 업계 역사상 가장 높은 재구매율과 고객 만족도를 기록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재무성과는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신규 모델 개발 및 차별화된 제품 생산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새턴 공장은 GM의 일반 생산라인보다 설비투자비가 5배 정도 높았다. 직원은 2배 정도가 필요했다. GM의 다른 모델과 부품을 공유하지 않아 생산비용도 훨씬 높았다.

결국 GM은 새턴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 부품 공유를 시작했다. 이후 고객들은 새턴만의 장점이 사라졌다며 등을 돌리고 말았다. 초기부터 비용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제품을 출시하면 새턴과 같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이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11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2009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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