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제품에 분홍색 입힌다고 여성들이 그 물건 사더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세계적 소비재 기업 컨설턴트 실버스타인의 ‘女心읽기 훈수’

“2010∼2020년 세계 여성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누릴 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 소비재 기업 컨설턴트인 마이클 실버스타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시니어 파트너(사진)는 여성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세계 여성 고객 시장이 중국과 인도를 합한 것보다 두 배 이상 크지만 이를 제대로 공략하는 기업은 극소수라는 글을 실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내한한 실버스타인 파트너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 및 소득 향상은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세계적인 현상인데도 이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이 적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성 소비자가 경기침체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성들의 소비 행태는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요구하는 점과 일치하는 면이 많습니다. 남성에 비해 교육, 건강 등 웰빙 분야의 지출 비중이 높고 위험한 투자를 기피합니다. 여성이 중시하는 가치를 만족시켜 주는 상품을 만들어야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HBR 기고문에서 여성 고객 공략이 시급한 산업으로 식품, 몸매관리, 미용, 의류, 금융, 보건의료 서비스를 지목하셨습니다. 다른 산업은 없습니까.

“여성 전용 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도 매우 유망합니다. 여성의 키는 남성보다 평균 15cm가 작고, 몸무게도 40%가 적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내부 디자인은 오직 남성의 신체적 특성만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은 복잡한 매뉴얼을 싫어하고 제품 자체의 우수성보다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은 대부분 아시아 남성 기술자가 설계하고 디자인했습니다. 문화적 이유 등 많은 측면에서 이들은 여성의 욕구를 잘 포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소비자를 공략할 때 저지르는 대표적 오류는 무엇입니까.

“제품에 분홍색만 입힌다고 여성들이 사지 않듯, 여성 관련 상품을 여성만 살 거라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합니다. 이번 서울 방문 기간에 짬을 내서 요가 교습소에 한번 가봤습니다. 시설이 좋고 강사들의 수준도 높더군요.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남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요가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주변의 남성들에게 물어보니 요가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았습니다. 지레짐작으로 남성 고객을 포기하는 일은 분홍색을 칠한 남성용 제품을 여성 고객에게 무작정 들이미는 일 못지않게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마이클 실버스타인 파트너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를 거쳐 BCG에 입사한 후 줄곧 소비재 기업들을 컨설팅했다. 매스티지(Masstige·대중 명품)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2009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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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Smarter Pricing

가격은 마케팅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아직도 단순히 원가에 적정 마진을 붙여 가격을 산정하는 기업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강조한다. 가격을 결정할 때에는 특히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준거가격(reference value)’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격결정 방식, 학계 연구 동향, 최신 방법론 등을 전한다.

▼Lecture for CEO/위대한 과학자들의 비밀, ‘몰입’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반 동안 하나의 문제에 몰입함으로써 재료공학 분야에서 수십 년간 풀리지 않았던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학문적 쾌거를 이뤘다. 황 교수는 이러한 몰입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배웠다고 말한다. 황 교수는 누구나 ‘슬로 싱킹(slow thinking)’을 훈련함으로써 한 분야에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패션과 경영/파는 게 목적이 아닌 이상한 가게, 팝업 스토어

1990년대 후반 이후 많은 명품 브랜드가 대형 단독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플래그십 스토어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팝업 스토어’가 매력적인 매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철거 직전의 허름한 건물이나 한적한 지역의 건물에서 최소한의 인테리어 공사만 거친 뒤 1년 내외의 짧은 시간만 존재하다 사라진다. 팝업 스토어가 패션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Egon Zehnder Report/위기는 직원들의 투지를 일깨우고 단결을 강화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필립스의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회장이 리더십과 직원 동기부여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2001년 취임한 그는 필립스의 사업 구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개혁했으며, ‘감각과 단순성(sense and simplicity)’을 모토로 끊임없는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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