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 돔 (Le Dome) 샤토 슈발블랑을 뛰어넘는 생테밀리옹 와인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와인업계에 뛰어든 조너선
맬터스의 와인. 그래서인지 이 와인 역시 카베르네 프랑의 사용 비율이 높다. 매년 70%를 웃돈다. 나머지는 메를로. 포도밭은
샤토 앙젤뤼스 바로 옆에 있다. 연간 생산량이 400상자도 되지 않는다. 10∼15년 이상 두었다가 마셔도 될 와인이다. ■ 와인 주문생산 대행업체
원하는 맛-포도밭 등 선택하면 고객 요구대로 현지서 맞춤생산 이수만씨 등 작년 5000명 의뢰
‘에모스 2009.’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선보이는 첫 와인 이름이다. 이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 마을에서 막 수확한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블렌딩될 예정이다. 1990년대에 와인 메이킹을 시작한 영국인 조너선 맬터스는 ‘이수만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 생산을 담당한다. 괴물급 와인으로 꼽히는 르 돔을 비롯해 호주, 미국에서도 와인을 만들고 있다.
에모스 2009는 생산량이 900병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일본, 중국의 유명인사와 프로듀서들에게 맛보이려고 만드는 와인이니 판매되지는 않겠으나, 어찌됐건 그가 지불하는 가격은 병당 30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동방신기’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겠지만 와인은 대박 조짐을 보인다. 올해 보르도 작황이 2000년에 버금갈 것이라는 낭보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언제 와인 생산 준비를 했을까. 사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크래시패드’라는 미국 회사와 접촉한 것밖에 없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이 회사는 양조부터 포장까지 와인 생산 전 과정을 대행해 준다. 문을 연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다녀간 고객이 5000명을 넘었고 이들이 주문한 와인이 4만 상자(48만 병) 이상이다.
의뢰인은 먼저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말하면 된다. 이 회장은 ‘아시아인 입맛에 맞는 위대한 보르도 와인’을 원했다고 한다. 와인 스타일이 정해지면 원하는 포도밭, 품종을 선택할 차례다. 이 회사와 계약되어 있는 포도밭은 캘리포니아에만 50곳이 넘는다. 수요가 많아지자 올해는 프랑스까지 계약재배 밭을 늘렸다. 이 회장이 택한 포도밭, ‘샤토 테시아’가 이들의 프랑스 전초기지다.
양조는 이 회사 양조팀에 맡겨도 되고, 의뢰인이 직접 참여해도 된다. 와인을 만드는 동안 디자이너들은 라벨 제작에 들어간다. 샘플이 다양해 디자인에 문외한이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병 모양과 색깔도 고를 수 있고 코르크에 자신이 원하는 문구나 모양을 새길 수도 있다.
미국의 몇몇 와이너리는 이 회사를 통해 만든 와인으로 로버트 파커에게 평점 95점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와인을 판매하고 싶다면 그것도 대행해 준다니, ‘나만의 와인’을 갖는 일이 더는 막연한 꿈이 아니다.
에모스(Emos)란 그리스어로 ‘나의 것’이란 뜻이다. 한국, 일본, 중국인들 모두 쉽게 발음할 수 있고, 잘 기억될 이름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라벨도 기대가 된다. 맛? 물론 이게 가장 궁금하다. 노래도 잘하고 다재다능한 보아처럼, 에모스도 맛 좋고 시각적으로도 ‘나이스’한 모습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