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亞증시 ‘오늘’ 보면 美증시 ‘내일’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주식투자자라면 습관적으로 매일 아침 미국 뉴욕 증시를 점검한다. 시간상으로 아시아 증시보다 하루 늦게 열리지만 뉴욕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조타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일단 뉴욕의 형편을 살펴야 하루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뉴욕 증시와 아시아 시장 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아시아 시장이 지수상으로 뉴욕 증시를 몇 개월 정도 선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하반기로 거슬러 가보자. 2007년 10, 11월 뉴욕, 상하이, 한국 증시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찍는다. 다우지수는 10월 12일에 14,000을 돌파하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0월 16일 6,000을, 서울 증시는 조금 늦은 11월 2일 2,085(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때까지는 아시아 증시가 뉴욕 증시를 따라다니는 형국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던 2008년 9월 이후부터 시장의 양상이 바뀐다. 미국보다 아시아 시장이 급속하게 폭락한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 1년 만인 2008년 10월 31일 아시아 시장은 약속이나 한 듯 바닥을 찍는다.

상하이지수는 1,644, 홍콩 10,675,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 6,994엔, 한국 892(모두 장중 시세)로 최고가 대비 거의 3분의 1 내지 반 토막이 난다. 반면 미국과 유럽 증시는 올해 3월 초에 바닥에 다다른다. 다우가 6,469, 영국 FTSE지수가 3,460, 독일 DAX지수는 3,588로 1년 전 최고 시세와 비교해 ―60% 내지 ―40% 하락한다. 반등도 아시아 시장이 먼저 한다. 10월 말 현재로 본다면 한국과 중국 증시는 8, 9월에 올 들어 최고가를 경신한 뒤 조정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독일 증시는 2개월 정도 뒤처져 이제야 올 최고가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종전과 다른 패턴이 등장했을까? 아시아 지역의 경기회복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그것도 호황을 능가할 정도의 강한 회복이다. 우리는 3분기 성장률이 2.9%(연 11.6%)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아예 올해 9%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금융위기 충격을 잘 이겨내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 쪽도 애초 기대보다는 선방하고 있지만 그래도 성장은 ―2%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경기회복 속도와 강도가 증시 회복의 선후를 갈라놓은 것이다.

내년 전망도 선진국 쪽에 유리하지 못하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이기 때문에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성장 궤도 진입도 아시아보다 늦을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 시장이 어쩔 수 없이 상당 기간 길잡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 그것이 높아지는 경제 위상과도 어울린다. 차제에 변방의 서러움에서 벗어나길 희망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