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주식형에만 8조 몰려
글로벌 위기로 대부분 반토막
원금회복 2, 3년 기다려야
사상 최대 투자실패 사례될 듯
2년이면 펀드로 쳐도 어느 정도 ‘장기투자’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전문가들은 “장기투자만큼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법은 없다”고 말하지만 2007년 말 중국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에겐 남의 얘기일 뿐이다. 그중 일부는 눈물을 머금고 환매를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처참한 수익률에 발이 묶인 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2년 동안 원금 40% 손실
정확히 2년 전인 2007년 10월 31일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2,064.85)를 기록했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가 설정됐다. 2007년 10월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펀드 투자가 기록적으로 많았던 때이기도 하다. 당시 해외주식형 펀드에는 11조 원, 이 중 중국 펀드에만 8조 원이란 뭉칫돈이 순유입됐다. 중국 펀드 순유입액이 다음 달인 11월 2700억 원으로 급감한 것을 볼 때 이 한 달간의 광풍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실로 참담한 수준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28일 현재 중국 주식형펀드 119개의 평균 수익률(2년 누적)은 ―40.6%. 그중 순자산이 3조 원에 가까운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 펀드는 ―46%로 거의 ‘반 토막’ 상태이고 심지어 ―65%인 펀드도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16.6%, 해외 주식형펀드 전체 수익률이 ―31.7%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보다 한참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러시아(―51.5%) 일본(―49.4%) 펀드의 수익률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들 펀드의 순자산은 합쳐도 1조 원밖에 안 된다. 중국 펀드의 순자산은 16조8000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아시아나 신흥국 등의 유형으로 중국 주식을 대거 편입하는 펀드까지 포함하면 전체 해외 펀드의 60%는 사실상 중국 펀드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실패한 투자되나
중국 펀드의 몰락은 사상 최대의 투자 실패 사례로 평가될 정도다. 1999년 12조 원을 끌어 모은 현대투신운용의 ‘바이코리아’ 펀드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자 수익률이 곧 반 토막 났다. 2000년 초 1,000이 무너진 코스피는 이후 다시 1,000을 회복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동양종금증권 우재룡 자산컨설팅연구소장은 “그때만 해도 펀드 투자는 일부 계층에 한정돼 있었지만 중국 펀드는 중산층이 광범하게 투자한 만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충격이 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증시 꼭짓점에서 대거 투자자들을 모집한 운용사 및 판매사들은 이후 수익률이 떨어질 때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며 고객을 달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당시 고점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2,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투자자들도 단기 고수익에 대한 욕심으로 시장 흐름을 읽지 않고 무모한 투자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센터장은 “최근 조금씩 환매되는 중국 펀드는 적립식으로 원금을 회복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거치식 투자자들은 적립식으로 전환해 원금 회복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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