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다니던 직장 접고… 더 큰 꿈에 취업 미루고”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국내 첫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 열린 날
600여 명 몰려 대성황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에서 취업희망자들이 세계은행 인사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에서 취업희망자들이 세계은행 인사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제가 세계은행(WB)에 들어간 1984년에는 국제금융기구에 한국인이 거의 없었어요.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죠. 지금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잖아요. 내년 11월에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리더십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열정을 갖고 도전하길 부탁합니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김훈애 세계은행 동아시아 지역매니저(54)는 후배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이날 연세대에서는 ‘제1회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기획재정부가 국내 우수인력의 국제금융기구 진출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다. 이 설명회에는 세계은행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주개발은행(I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7개 국제금융기구 관계자 27명이 참석해 지원 방법을 안내하고 면접도 진행했다.

○국제기구 취업에 쏠린 눈

이번 행사에는 국제금융기구 취업 희망자 600여 명이 몰렸다. 대학생보다는 대학원생이나 직장인이 많았다. 인하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이운수 씨(36)는 “대학생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국제금융기구 진출을 위해 3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대학원에 진학했다”며 “학위를 마치면 나이가 40세 가까이 되겠지만 그래도 ADB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가운데 졸업을 앞둔 고학년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 4학년 홍서연 씨(22·여)는 유엔 인턴, 영어토론대회 수상 등 각종 활동과 외국어 점수 등을 빼곡히 적은 이력서를 들고 설명회장을 찾았다. 홍 씨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망설였지만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물기는 했지만 저학년 학생도 있었다. 한양대 국제학부 1학년 이수용 씨(21)는 “WB 진출을 위해 일찍부터 준비하고 싶지만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했다”며 “실제 인사담당자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ADB, EBRD, IMF, AfDB는 사전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제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IDB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내년에 한국인 15∼20명을 인턴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기구 인력 배출해야 발언권 커져

정부가 국제금융기구 취업 지원에 나선 것은 우수 인력을 해외로 배출해 취업난을 완화하는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국제금융기구의 한국인 비율은 평균 0.7%로 한국의 경제력이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2.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도 한국인 직원 비중을 늘릴 의향을 밝혔다. 빈두 로하니 ADB 인사담당 부총재는 “한국은 ADB에 8번째로 많이 출자했지만 직원 비율은 지분(5%)에 못 미치는 4%에 불과하다”며 “여성 비율도 28.6%에 불과한 만큼 젊고 똑똑한 한국 여성이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는 다음 달 2일 부산대에서도 열린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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