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4700만 명. 더 성장하고 싶어도 성장할 곳이 없는 형국이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기업들은 괴로워진다. 성장이 멈추면 그 다음부터는 치열한 경쟁만 남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런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유선과 무선통신 기술의 ‘융합’을 화두로 삼았다. 더 나아가 통신 기술을 다른 사업에 적용하거나 통신과 관계없는 기업들과의 협력도 꾀한다. 그런 생각이 성장 정체와 금융 위기라는 거센 파도 앞에 놓인 이 회사를 바꾸고 있다.
최근 통신업계의 트렌드는 한 번 통신망으로 연결된 통신기기는 모두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이동전화와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하나로 결합했다. ‘T밴드’라는 결합상품의 등장이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양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큰 폭의 요금할인 혜택을 준 것이다. 이 서비스는 2008년 8월 시작했는데 올해 10월까지 약 126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SK텔레콤은 또 휴대전화에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고파는 ‘T스토어’를 열어 콘텐츠산업 활성화도 시도하고 있다.
올해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MIV)’는 이종 산업 분야와의 결합이었다. SK텔레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로 차량을 제어하고, 차량의 기능을 진단하며 오디오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MIV 기술은 상하이모터쇼의 관람객은 물론이고 자동차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9월에는 종이 느낌 그대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전자종이(e-Paper)를 사용한 뷰어를 선보였고 사용자가 말로 전화를 걸고 조작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도 공개했다. 인천 송도에서 첨단 유비쿼터스 도시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모바일 뱅킹과 기프티콘 등 차세대 금융·결제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다양한 제휴 관계는 SK텔레콤의 ‘멤버십’을 통해 고객 혜택으로도 이어진다. SK텔레콤은 동부화재와 제휴해 주유, 정비 할인 혜택을 주는 ‘T프로미’ 서비스를 만들었고, 여행할인 서비스인 ‘T투어플러스’,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 할인을 해주는 ‘T컬처멤버십’, 영화 예약 할인을 제공하는 ‘TTL시네마 더블 할인’ 등도 선보였다.
통신 업종만이 아닌 타 산업과의 활발한 제휴가 통신 산업의 성장 정체라는 파고를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KT 매출 줄더라도 소비자 만족도는 높인다
KT엔 전통이 곧 굴레였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선전화 매출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전화의 보급으로 해마다 급격히 줄었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산간·도서 지역에선 사업을 지속해야 했다. 통신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켜나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KT는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쉽게 인력 감축을 하지도 않았고,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사업을 크게 정리하지도 않았다. 그게 KT의 전통이었다. 그렇다고 효율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KT는 기존 사업의 혁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KT는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 올해 합병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합병과 함께 “주력 사업의 매출감소를 겁내지 않고 다양한 융합 상품으로 미래 성장기반을 닦겠다”는 공격적인 포부도 밝혔다.
KT는 지난달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내놨다. 통화료가 싼 인터넷전화의 장점과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의 장점을 합친 것. 인터넷전화가 가능한 지역에선 인터넷전화로, 기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로 쓰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당장 매출은 줄어들지만 통화료가 절약돼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KT는 단기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보인다. 이런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면 고객의 수가 늘어나고, 휴대전화를 통한 무선 인터넷 사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통신사와 비교해 KT의 장점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유선전화 가입자 수다. 하지만 KT의 유선전화 가입자는 2005년 2200만 명에서 2008년 말 2000만 명, 올해 9월 말에는 185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매출 5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 주요 사업이 급속히 퇴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KT는 유선전화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2005년 유선전화가 휴대전화와 경쟁을 벌일 때 이 회사는 ‘안(ANN)’이라는 전화기를 개발했다. 휴대전화처럼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통화연결음 서비스도 쓴다. 최근에는 3세대(3G) 휴대전화기의 사용자식별카드(USIM)에 저장된 휴대전화 주소록을 ANN 전화에서도 쓰도록 했다.
단순히 집에 인터넷 선을 깔아주는 사업이던 초고속인터넷 사업도 인터넷TV(IPTV)와 함께 급속도로 진화했다. KT는 최근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원하는 시간에 방송을 볼 수 있는 IPTV의 장점과 다양한 채널을 가진 위성방송의 장점을 합친 서비스인 ‘쿡TV 스카이라이프’를 선보였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LG텔레콤 파격적 무선인터넷 공략 틈새시장 잡는다
통신 시장은 정체됐고, 경기는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한파는 이동통신업계 3위였던 LG텔레콤에 가장 먼저 피부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역발상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섰다. 선발주자들이 미처 선보이지 못했던 파격적인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내놓으며 틈새시장을 확실하게 공략한 것이다.
LG텔레콤은 2008년 4월 ‘오즈’(OZ)라는 무선인터넷 요금제를 선보였다. 무선인터넷 사용의 활성화를 막았던 비싼 통화료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서비스의 요금은 한 달에 6000원. 고객들은 휴대전화에서도 일반 컴퓨터처럼 저렴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이 회사는 올해 8월 파격적인 요금제에 더해 유료 콘텐츠 이용료를 크게 줄인 새로운 무선인터넷 통합요금제를 선보였다. 휴대전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게임과 주식 정보 등을 월 9900원에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외에도 편의점 이용, 도서구입 등과 연계한 ‘오즈&조이’ 요금제 등 사용자들이 ‘요금이 싸다’고 느낄 만한 다양한 선택 요금제를 만들었다.
LG텔레콤의 전략은 ‘개방’이었다. 통신사는 통신망을 개방할테니 콘텐츠를 잘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와 장사를 벌여보라는 국내 첫 시도였던 것이다. LG텔레콤이 이런 시도를 벌이자 웹 포털사이트 다음과 파란, 온라인쇼핑몰 G마켓 등 다양한 인터넷 업체들이 앞다퉈 휴대전화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 가치를 높이고 파트너들에게 사업 기회를 열어주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윈윈(win-win)’ 서비스였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다음커뮤니케이션, NHN과 손잡고 오즈 신규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의 인기 콘텐츠를 휴대전화용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LG텔레콤은 LG그룹의 통신계열사인 LG데이콤, LG파워콤과의 합병 작업을 하고 있다. 유무선통신을 통합하고 사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상품 결합에 따른 요금 할인, 유무선 통합에 따른 휴대전화 요금 할인 등 다양한 소비자 혜택을 만들어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보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연말까지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통신 기술을 이용한 다채로운 통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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