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영업이익 5028억 원과 당기순이익 4838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2% 증가한 것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넘어서는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은 우리금융이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고강도 자구책을 추진하고 리스크 관리체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우리금융에 큰 관심을 보임에 따라 조기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자구 노력은 올해 1월 금융계에서 처음으로 지주사 내에 비상대책 상황실을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실적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에는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한 이행각서를 받고 전 그룹 임원들의 급여를 10% 추가 반납하도록 했다.
이어 ‘전략적 비용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면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도 이 회사의 체질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강한 조직을 만들려면 단지 임금을 삭감하거나 인원을 줄이는 정도의 양적 구조조정만으로는 안 되고 조직, 인력, 업무 처리과정 등 조직의 모든 낭비요소를 제거해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효과를 내면서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외부 충격 같은 환경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으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체계를 혁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무리한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낸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룹 전사 리스크관리체계(ERM·Enterprise Risk Management) 설계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의사결정이 최고위 임원에게 집중된 체계를 바꿔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CRO)과 리스크 관리전담 부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신한금융지주회사 고객관리-슬림화-미래준비 ‘3각 경영 어젠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 창립 초기부터 키워온 ‘위기극복 DNA’를 가동해 지난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도 새로운 성공의 기회로 삼고 있다.
1982년 영업점 4개로 출발한 ‘미니 신생은행’ 신한은행은 기존 거대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기필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속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위기극복 DNA는 발로 뛰고 부딪치며 개척하는 현장영업과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서면서 더욱 강하게 신한 속에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0월 금융과 실물이 복합된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신한그룹은 그룹 차원의 ‘위기극복과 미래준비를 위한 경영 어젠다’를 준비했다. 이 어젠다는 △고객관리 △경영슬림화 △미래준비 등 세 가지 항목에 전략적 초점을 맞췄고 현재도 어젠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고객관리 부문에서는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위기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경영 슬림화를 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래 준비는 현재의 위기를 변화 추진의 기회로 삼아 내부 관리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인재육성 투자를 확대하며 다가올 호황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한그룹은 이러한 어젠다 속에서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자본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증자를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본으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그룹은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완만하게 진행 될 것으로 보고 기업 역량을 위기 극복과 위기 이후를 위한 내부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 전체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고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고 있다. 그룹의 공통 후선 업무를 집중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그 일환.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은 “신한그룹의 새로운 성장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은행(IB)과 글로벌 사업 부문 역량 및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장기적으로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중단없이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하나금융그룹 ‘리스크 관리’ 경영화두… 체질을 바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나금융그룹의 화두는 ‘리스크’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을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하나금융은 관리혁신과 조직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리스크 모니터링 강화와 자산 포트폴리오 재검토도 강조하고 있다.
그룹 내 은행 증권 등 법인 단위별로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BU(Business Unit·사업단위별 조직)별로도 리스크 관리 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써 입체적인 위험관리가 가능해지고 그룹 및 BU체제의 재무 적정성 유지 및 적정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위기 시 대응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체질로 개선하고 있다. 전 관계사의 조직 슬림화 및 자원의 재배치를 통해 체질을 바꾸고 있는 것.
이는 BU체제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3월에 도입한 BU체제는 시장 적응을 위한 탐색기를 거쳐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증대할 수 있도록 고객 상품 채널을 재정비했다.
이를 통해 고객 및 시장을 정밀하게 세분하고 개개인의 수요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불황일수록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하나금융은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위기를 넘어 아시아의 ‘리딩 금융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해 금융의 핵심인 인재 양성과 미래성장동력 발굴도 주요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은행 투자자문업 겸영 허용,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금융상품 전문판매업 도입,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금융규제 완화 등 금융위기에서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하나금융그룹은 미래시장을 선도적으로 창출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금융시장의 블루오션 개척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KB금융지주 2600만 고객… 부문별 시너지 효과 극대화
KB금융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 간 협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와 경영혁신을 경제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특히 KB금융그룹은 26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거느린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의 수준에 걸맞은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성과는 금융업종 간의 장벽을 허물고 각 업종의 상품 기능을 융합한 복합상품인 KB플러스타로 나타났다. KB플러스타 통장은 4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28만 좌 이상을 유치했다. 1200개에 달하는 KB국민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 덕분이다. KB금융그룹 내 계열사간 협업을 통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화두였던 롯데그룹의 두산주류 사업부문 인수자문에 성공한 것. 이는 KB국민은행의 파이낸싱 기능과 KB투자증권의 인수합병 자문역량을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의 방대한 고객정보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KB생명은 6월 비은행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대면 영업지점을 서울 마포에 개설했다. 이 지점은 KB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활용하여 사전 텔레마케팅을 실시한 후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직접 방문하여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KB금융그룹의 최대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은 특히 ‘뉴 스타트 경영’을 통해 경영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둔 금융환경 변화로 체질 개선과 새로운 경영 틀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고객만족 경영을 목표로 ‘KB고객만족헌장’을 제정했다. 또 영업현장의 개선 요구 등을 파악해 시정해 나가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녹색산업을 지원하는 녹색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국민은행은 2월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녹색금융 경영추진단’을 발족하고 다양한 녹색금융상품들을 출시해 녹색금융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올 들어서만 1조5000억 원의 경영안정자금 등 총 5조78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또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는 KB환승론과 은행의 자체 무담보 무보증 대출상품인 ‘KB행복드림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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