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사람에 투자하고 위기에 도전한다” 미래를 움켜쥔 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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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올해 초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채용 나서
투자목표액도 11조3000억→12조3000억

《LG그룹의 해법은 달랐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로 확산될 때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 축소와 고용 감축에서 위기 탈출의 비상구를 찾았다. 그러나 LG그룹은 오히려 채용과 투자를 늘려 미래에 대비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진짜 투자라는 최고 경영진의 인식도 이런 그룹의 행보를 가능하게 했다.》○ 사람이 곧 재산…계획보다 채용 늘려

LG그룹은 올해 초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대졸 사원 4000명, 기능직 사원 2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채용은 계획을 웃돌았다. LG그룹은 상반기에 대졸 인력 2600명과 기능직 인력 2800명 등 모두 5400명을 새로 채용했다. 또 9월에는 하반기에 대졸 신규인력 2600명, 기능직 신규인력 1600명 등 모두 42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반기 계획대로 채용이 이뤄지면 올해 채용하는 신규 인력은 9600명이 된다. 대졸 사원은 연초 발표한 목표보다 1200명, 기능직 사원은 연초 목표보다 2400명 더 많이 채용하는 셈이다. 채용 인원이 모두 3600명 늘어난다.

LG그룹이 채용 규모를 늘린 것은 불황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차별화된 전략에 따른 것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투자 확대와 사업 성장이 신규 채용 규모를 늘렸다.

이와 함께 LG그룹은 인턴 채용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선발한 인턴사원 676명 중 84%에 해당하는 565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다고 최근 밝혔다. 인턴사원을 ‘일회성 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LG그룹은 인턴사원들에게 문서 정리, 복사 등 단순 업무를 배정하지 않고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획안 작성이나 고객 분석 등의 업무를 배정해 인턴사원을 교육하고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빠른 적응을 돕고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LG전자는 일부 인턴사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보내 시장 조사 업무를 시켰고 LG화학은 이공계 전공 대학생을 인턴사원으로 선발해 사업본부 연수, 현장실습 등 4주짜리 특화 교육을 시켰다.

○ 시설, R&D투자도 연초 계획 웃돌아

설비 투자도 계획을 웃돌았다. LG그룹의 올해 전체 투자액은 연초 목표 11조3000억 원에서 1조 원 증가한 12조3000억 원이다. 7월 LG디스플레이가 모두 3조2700억 원을 투자해 파주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투자액이 늘었다.

중장기적인 관점의 미래 준비 차원에서 투자를 이어간다는 것이 그룹의 방침이다. LG그룹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이동통신망 네트워크 보강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와 4세대 휴대전화, 발광다이오드(LED) TV,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부터 2018년까지 경기 파주시에 4조 원을 투자해 LCD용 유리기판과 LED를 생산하는 ‘LG 파주 첨단소재 단지’ 건설을 시작했다. 이 첨단 소재 단지는 파주 산업 단지 내 84만 m²(약 25만 평)의 터에 건설되며 LG화학이 2018년까지 3조 원, LG이노텍이 2012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이 단지에서 45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파주 첨단소재 단지’는 내년 5월 LG이노텍이 LED 패키지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2012년 초 LG화학이 LCD용 유리기판을 생산하게 되면 LG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정보전자 부품소재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LG전자는 3년 동안 모두 26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및 수용 인원 기준으로 LG그룹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시설인 ‘서초 R&D캠퍼스’를 올해 3월 준공했다. LG디스플레이도 2년여에 걸쳐 모두 4조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파주의 8세대 LCD라인과 구미의 6세대 추가 라인을 완공했다. 또 대형 TV용 LCD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8세대 라인을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GM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2013년까지 모두 1조 원을 투자한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미래 위한 투자는 위축 없다”
구본무 회장 ‘원칙경영’ 리더십 빛나


LG그룹의 경영 전략 중심에는 “불황 속에도 투자와 채용은 줄이지 않겠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원칙경영’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구 회장은 “기업의 성장은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에 있다”는 원칙을 통해 LG그룹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임직원들에게 “핵심사업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하며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초 LG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0억 원의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가 연초부터 흔들림 없는 경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미래를 내다보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런 원칙은 단순한 메시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거나 기존 인력을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해 ‘사람에 대한 신뢰와 배려’를 표시했다. 모든 변화와 혁신의 중심은 LG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이런 발언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던 지난해 말에 나온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계열사 CEO와의 ‘컨센서스 미팅’에서 인재에 대한 평소 소신을 밝혔는데, 우리 사회 전반에 고용 유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시무식에서도 구 회장은 “LG의 내일을 이끌어 갈 인재 확보와 육성에 경영진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3월 임원 세미나에서도 “R&D와 마케팅 분야의 유능한 인력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올해 7월에는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때 상경계열 등 특정 분야만 아니라 철학과와 심리학과 출신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뽑으라”고 했다. 고객가치 경영을 실현하려면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구 회장의 이런 리더십은 인간존중 경영을 통해 구성원들의 창의와 자율을 이끌어내는 LG만의 문화를 낳았다. LG CEO들은 △각 사업 단위에서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기 완결적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인간 존중의 리더를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모두 좋은 실적을 올려, 위기 속에서도 사람과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는 원칙경영 리더십의 효과를 입증해냈다.

김용석 기자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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