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물타기 유혹?… 냉정하게 초심으로 돌아가라

요즘 주가 하락폭이 두드러진 주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코스피는 고점 대비 7% 정도 하락한 수준이지만 종목별로는 20∼30%의 깊은 조정도 나타난다. 이런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나중에 다시 주가가 오를 것을 대비해 지금이라도 더 투자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렇게 처음 샀던 가격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로 주식을 사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매매전략을 물타기(scale trading)라고 한다.

물타기는 누구나 쉽게 느끼는 유혹이다.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애초에 좋은 기업이라 생각하고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더 싸졌으니, 그 주식을 추가로 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둘째, 주가가 내려 손실이 나면 날수록 그 주식에선 언젠가 꼭 벌고 나오겠다는 승부욕이 생긴다. 보통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하는 모든 종목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손실 자체를 극도로 회피하려는 심리(손실혐오·loss aversion)도 작용한다. 결국 본전을 만회하기 위해 심한 리스크를 거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주가가 생각대로 다시 올라만 준다면 물타기는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투자자가 그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믿고 있고, 또 그것이 옳다면 더 그렇다. 그러나 펀더멘털이 받쳐 주지 않는 상태에서 막연히 주가의 사이클만 믿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가는 오르내리게 마련이니까 물을 탔다가 오를 때 팔고 나와야지’ 또는 ‘나는 절대 손해보고는 못 팔아. 단가를 낮춰서라도 벌고 나와야지’ 등의 생각을 할 경우다. 하물며 주가가 반등하기는커녕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라면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러면 이때(보유 주식의 주가가 하락할 때) 올바른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현재 그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가정하고 이 가격에 그 주식을 사겠는가를 다시 자문하는 것이다. 이는 주식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거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이때 ‘사고 싶지 않다’라고 판단이 선다면 더는 투자를 늘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미 보유한 주식까지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야 한다. 투자에는 ‘막연한 물타기는 형편없는 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지름길’이란 말도 있다.

이와 반대의 상황도 있다. 투자를 하고 나서 주가가 더 오르는 경우인데, 이때 역시 그 주식을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른바 추격매수(follow-through buying)다. 주가가 상승해서 기분도 좋거니와 ‘주가가 상승하는 모든 주식은 우량주’라는 막연한 믿음까지 생긴다. 그러니 당연히 더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에 감정이 개입된 경우다.

게다가 주가가 상승하면 할수록, 또 이익을 내면 낼수록 더 많은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것이 투자자의 본능이다. 이를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라고 한다.(본보 6월 29일자 B6면 참조) 한 번 투자수익을 내면 이후 내가 벌고 싶은 수익의 기대치가 계속 커지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고자 더 많은 돈을 끌어오고, 심지어 남에게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는 무리수를 둔다. 소위 ‘몰빵 투자’가 된다.

추격매수의 가장 큰 위험은 투자한 주식의 평균매입단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더 많은 이익은 고사하고 쉽게 원금 손실 상태로 바뀔 수 있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속수무책으로 그대로 보고 있게 된다. 이익 난 주식은 바로 팔아버리고 손해가 난 주식은 이익이 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이 같은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개별주식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물론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는 증시 전문가들의 조사 자료조차도 객관성을 잃기 쉽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지금 이 가격에도 그 주식을 처음 투자하듯 살 것인지’를 판단한다. 물타기와 추격매수에 대한 처방은 결국 같다고 보면 된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