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소장의 즐거운 인생 2막]매년 수십% 수익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환상에서 빨리 깨세요


“한국 부자들의 자산운용 방식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한꺼번에 큰 수익을 노리는 투기적 투자도 적지 않다. 작년 금융위기 때 한국 부자들이 중국, 인도, 러시아와 같은 신흥국시장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것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에 일본 부자의 자산운용은 방어적이다. 손해를 안 보게 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0.15% 수준인데도 대부분의 자금을 예금에 넣어놓고 있다. 일본의 부자 중에서 신흥국시장 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는 얼마 전 재일 한국인 경제전문가 한 분이 한국과 일본의 부자를 비교하는 강연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물론 한일 양국의 부자 몇 명을 대상으로 어떤 내용의 설문조사를 해서 내린 결론인지, 한국 부자들의 자산운용 방식을 한마디로 공격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일본 부자들의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산운용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일본의 가계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이 제로금리에 가까운 예금에 머물러 있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교육을 강화해 더 많은 금융자산이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따라서 일본 부자들의 지나친 리스크 회피, 안전 지향의 자산운용 행태와 단순 비교해서 한국 부자들의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공격적인 자산운용이 가계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공격적인 운용을 하되 그에 맞는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공격적인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투자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입니다.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입니다. 일본에서는 펀드 투자로 연 4% 정도의 수익만 얻을 수 있다면 만족하겠다는 투자자가 70%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많은 투자자가 투자라고 하면 매년 수십 %의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에 한 번 정도라면 모르지만 장기간 계속해서 그 정도의 투자수익률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 투자자가 정기예금금리 플러스알파 정도를 장기 기대수익률로 생각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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