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담합땐 기업존립 위태로울만큼 과징금 매길것”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 공정위, LPG 6개업체에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 의미
담합 통한 부당 이익 엄벌
물가 낮춰 서민부담 최소화
업계 “과징금 폭탄 효과 클것”

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들의 담합 혐의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소수 사업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寡占) 업종에 보낸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가격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올린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과징금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격통제 수단이었던 가격고시제를 폐지한 이후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부 업계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올리려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로 인해 LPG 및 석유 가격과 이동통신 요금 등의 하락 요인이 있었는데도 기존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해 물가불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시장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과징금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대 10%까지 매길 수 있다”며 “한 번 과징금을 맞으면 기업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1조∼1조5000억 원으로 예정된 이번 과징금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경고한 것이다. 그는 LPG 업종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통해 다른 과점 업종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내비쳤다. 과점 업종은 진입 장벽이 높아 신규 사업자의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 담합의 소지가 있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1997년 석유산업자유화를 선언하면서 가격고시제를 폐지해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어 2001년에는 LPG 업계의 가격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LPG 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20조 원이 넘는 부당 매출을 올렸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LPG 업계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지 않아 충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며 “과점 업종은 가격 자율화를 하더라도 담합을 통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물가 안정 효과도 겨냥

이번 조치는 정부의 물가안정화 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공정위는 각종 담합과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간접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공정위는 3일에도 롯데칠성과 코카콜라,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등 4개 대형 음료업체에 대해 유통업체의 음료가격 인하를 막는 등 가격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9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추석을 앞두고는 쇠고기, 선물세트, 우유 등 성수품 및 생필품 분야의 담합 감시에 역량을 집중했다.

LPG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 위원장은 9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감시할 것”이라며 “LPG 공급회사들의 담합이 확인되면 서민 부담을 늘린 점을 감안해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LPG, 이동통신, 정유 업계 등을 타깃으로 삼은 데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 업계가 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인상을 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달 중순 LPG 업계에 대한 최종 제재가 결정되면 가격 담합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가격고시제 해당 품목이었던 설탕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한 간부는 “너무 무리한 과징금임에 틀림없다”면서도 “앞으로는 담합을 생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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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09-11-04 13:39:22

    예, 정말 이들기업에대해서는 더 강력한 대처를 통해서라도 장난치지못하게 엄벌해야합니다. 이젠 그들을 형무소에 보내지말고 과징금으로 징벌해서 잘못하면 기업도 망한다는 예시를 해주어야합니다. 그리고 대출금을 회수해서 모범적인 기업으로 넘겨주도록 앞으로의 대책도 강구되어야합니다. 아주 잘해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 2009-11-04 12:31:22

    겨울철 성수기를 맞아 아주 잘한 조치다. LPG는 도시가스가 안들어오는 특히 주변 영세민들이 많이 쓴다. 담합한 6개 회사들의 명단 공개가 있어야한다 . 도시가스 없는 곳으로 이사해서 07년 12월 루베당 1900원대에서 08년 1월에는2300원대로 한달 사이에 21%가 폭등하는 겅험을 겪고 회사에 항의해서 다음달 재조정한 적이 있다. 독과점업들에 대한 감시가 철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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