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달러 급락 대비 200톤 매입” 발표 영향
유럽도 보유확대 검토… 韓銀태도 바뀔지 주목
인도가 전 세계 금시장을 흔들었다. 인도 중앙은행(RBI)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대규모로 금을 사들인다는 소식에 국제 금값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앞 다퉈 ‘골드러시’에 합류할 태세인 가운데 한국은행도 금 투자에 나설지 주목된다.
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30.50달러(2.9%) 급등한 1084.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10월 13일의 온스당 1064.20달러.
인도 중앙은행이 달러화 급락에 대비한 조치로 IMF로부터 200t의 금을 67억 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힌 뒤 금값이 급등했다. IMF가 9월 403.3t의 금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한 달여 만에 인도가 전격 매입에 나선 것. 인도인들이 금을 워낙 좋아해서 인도가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이긴 하지만 주로 액세서리용 현물 거래 위주였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입은 예상 밖 사건이었다. 매입 규모 200t도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8%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인도의 매입가는 온스당 약 1045달러. 이는 IMF의 당초 목표가 850달러보다 23%나 높은 가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의 이번 금 매입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달러를 버리고 금을 사고 있다는 새로운 추세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금 매입 의도 저변에는 정치적 동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인도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세계무대에서 자국의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 IMF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IMF의 나머지 매각분인 200여 t이 누구에게로 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중국이 가장 유력하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금 보유량을 600t에서 1054t으로 크게 늘려왔다. 유진 와인버그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 달러화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 거래 전문매체인 골드코어도 중국의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2%가 안 된다며 계속해서 금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유럽 국가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은 60%를 웃돌고 있으며 미국은 79%에 이른다.
러시아도 주목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95.8t을 매입해 현재 568.4t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금을 주로 팔아왔던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시 금 매입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3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런던금시장협회 연례 콘퍼런스에서 폴 메르시에 ECB 시장조작부 부국장은 “위험에 대비한 중앙은행 자산의 다변화가 점점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만큼 금이 ECB에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전 세계 금 재고의 3분의 1 정도인 1만800t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달리 한국은행은 여전히 금 투자에 소극적이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14.4t으로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0.2% 선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 은 가격의 변동성이 심해서 보유 외화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실제 금이 외환보유액으로 잡히긴 하지만 돈이 필요할 땐 당장 쓰긴 어렵다”고 금 투자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은도 조만간 금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보유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 금시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매입 타이밍을 잡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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