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해외 명문 MBA 채용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선진국 취업 한파로 국내 U턴
신한銀만 250여명 지원 쇄도
“졸업장 따면 억대 연봉” 옛말
연봉 6000만-대리급 입사 많아

시중은행이 해외 명문 MBA(경영학석사) 졸업생 채용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갈 곳을 잃고 국내로 U턴하는 MBA 인재들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 매년 7명 정도의 해외 MBA 졸업생을 채용해온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15명 안팎으로 채용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30명 정도에 불과하던 MBA 출신 지원자가 올해는 100명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크게 늘면서 하나금융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절반가량을 탈락시키고 40∼50명을 면접한 뒤 이달 내 최종 합격자를 가려낼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다음 주에 임원들이 최종 면접을 해서 20명가량의 해외 MBA 졸업예정자를 뽑을 방침이다. 최근 3년간 6명 안팎의 MBA 졸업생을 채용한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까지는 인사담당자들이 외국에 나가 면접을 봤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자들이 국내로 들어와 최종 면접을 보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도 250여 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어섰을 만큼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해외 MBA 졸업생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은행은 MBA 졸업생도 일반 경력사원과 같이 MBA 재학 2년과 이전 회사 경력만 인정해준다. 연봉 6000만 원 안팎의 고참 대리급으로 입사하는 사례도 많다. 명문 MBA 졸업장이 억대 연봉을 보장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에 명문 MBA 출신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경기침체로 미국과 유럽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특히 MBA 졸업생이 선호하던 현지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회사 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MBA 출신 지원자들의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까진 20∼30위권의 MBA 과정을 졸업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엔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등 5위권에 드는 MBA 과정 졸업예정자도 다수 지원했다. 10위권인 유럽 MBA를 졸업한 뒤 올해 하나은행에 입사한 홍창모 대리(31)는 “이제 MBA 졸업생이라는 간판만으로 성공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며 “한국 시중은행도 해외 진출과 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내 꿈을 걸 수 있는 직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예전엔 MBA 출신들이 고액 연봉을 좇아 직장을 옮기는 사례가 잦았지만 최근엔 이직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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