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 혼재된 신호 어떻게 해석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3월 이후 빠른 속도로 오르던 국내 주가가 9월 말 이후 한 달 이상 주춤거리고 있다. 주가가 발목을 잡힌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이미 많이 반영되었던 탓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제 3분기 실적에 관심이 없다. 4분기 이후 더 좋아질 것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국내 문제와 더불어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 불안도 주가 하락에 한몫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주가가 떨어지자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시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큰 맥락에서 지적한 국내 문제와 미국의 문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현재의 좋은 실적과 미래 불확실성 사이의 간극이 불안의 근원일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어쨌든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중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일관되게 좋은 한국 경제지표와 달리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나 주택시장은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미국 경제가 왜 이렇게 글로벌 자본시장, 특히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까? 금융위기가 발생한 초기에는 전염 가능성이 커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이후 몇 분기 실적을 보면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과 중국, 한국 등 이머징 국가는 서로 다른 회복 경로를 보였다. 그런데 왜 여전히 한국 증시가 미국 경제 문제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글로벌 경제가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머징 국가들이 수출 의존적 경제 구도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 물건 많이 팔고, 상대 물건을 적게 사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환율 방어와 그 이면의 과잉 저축 및 외환보유액 확충은 이러한 전략의 결과일 뿐이다. 이러다 보니 세계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 상황, 특히 소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둘째, 소비와 주택시장에서 혼재된 지표가 나타날 때마다 미국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의심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디레버리징(자금 회수) 또는 달러캐리 트레이딩의 되돌림에 대한 우려로 연결된다. 올해 글로벌 주가 상승에 기여해 온 달러캐리 트레이딩은 연방준비위원회의 저금리 정책뿐 아니라 금융기관 건전성 및 시장 안정에 기반하고 있다. 자금을 빌리는 쪽에서는 금리가 주된 문제겠지만 빌려주는 쪽은 자신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 등 자산운용이 어려워진다.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의 내수 기반이 탄탄해지면 한국 증시의 미국 경제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다. 오히려 미국 경제가 나쁠수록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강조되며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에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뿐 아니라 각국의 전략과 자금 흐름은 여전히 미국 경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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