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바마 방한때 FTA - 북핵 분명한 태도 요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12~19일 취임후 첫 아시아 순방
美 전문가들 쟁점 전망과 분석

북핵해결 비전제시 없이
“비핵화” 원칙론 그칠듯
FTA도 미온적일 가능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일본(12, 13일)→싱가포르(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3∼15일)→중국(15∼18일)→한국(18, 19일) 등 4개국을 7박 8일 방문하는 일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넘보며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이지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내각 출범 이후 동맹 재조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설정 등 양자 현안 역시 중요한 논의사항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 네 차례나 얼굴을 마주한 이명박 대통령과도 처음으로 서울에서 만나 양국 관심사를 논의한다. 케네스 리버설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소장, 스티브 예이츠 미국외교정책협회 선임연구원,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 스티븐 코스텔로 프로글로벌 대표, 김석한 애킨검프 시니어파트너 변호사 등을 통해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의 의미와 한중일 3국에 미칠 영향을 들어 봤다.》○ 아시아 순방의 초점은 중국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은 아무래도 중국 방문에 쏠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일본은 1박 2일에 그치지만 중국의 경우 3박 4일의 일정에 방문지도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두 곳이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담당 보좌관을 지낸 예이츠 선임연구원은 “미국 내에 만연하고 있는 ‘G2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특별보좌관을 지낸 리버설 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글로벌 이슈에서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양국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중국이 중요하지만 동맹국은 엄연히 한국과 일본”이라며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협력할 상대는 동맹국이지 잠재적인 경쟁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북핵 문제 해결의 가닥 잡을까

한중일 3국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인 만큼 이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 리버설 소장은 “중국은 북핵을 용인하지 않지만 북한의 붕괴도 두려워한다”며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해 왔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민간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실에서 북한정보 분석을 담당했던 코스텔로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분명한 북핵 문제 해결의 비전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적극적인 해결의 의지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의 재확인과 확고한 안보공약 선언 등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담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고해진 한미관계를 적극 활용해야

김석한 변호사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고 일본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을 한국이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반드시 일본을 대체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고해지고 있는 한미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역내에서 가장 중요한 우방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새로운 일본정부 수립 이후 한일관계가 더욱 유연해졌고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일본의 납북 일본인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하토야마 총리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 공감을 표한 것은 의미심장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삼각 공조의 틀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했다.

○ “오바마의 분명한 목소리 요구를”


오바마 대통령 방한 기간에 북핵 문제와 FTA 문제에 분명한 태도를 밝힐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예이츠 선임연구원은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의도하는 것이 한미 공동의 북핵 문제 해결방안인지, 베이징과의 협력을 통한 대(對)북한 직접 협상인지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며 한미 FTA 문제도 분명한 생각을 밝혀 달라고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동맹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워싱턴 정가는 FTA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치적인 고려 탓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인기 없는 FTA 통과에 소진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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