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건강한 오늘을 일군 한국우유,이젠 낙농선진국으로 진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매일맘마’ 해외경영 가속페달… 세계 20여개국 23개 제품 수출▼

매일유업은 1981년 중동에 ‘매일맘마’ 분유 수출로 해외 시장 물꼬를 튼 후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며 해외경영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009년 현재 세계 20여 개국에 분유, 음료, 치즈, 두유 등 23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한 해 약 1600만 달러. 국내 유제품 업체 중 1위다. 분유제품은 제품 특성상 한번 먹이기 시작하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 어려운 제품이기 때문에 매일유업은 분유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힘쓴다.

1980년대 초 중동으로 분유를 처음 수출할 때는 한번 철수했다가 재수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사우디에서 독자적인 판매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유업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통해 ‘ABS-50’이라는 브랜드로 수출했다. 하지만 상대 업체의 무리한 요구와 낮은 수익성 때문에 3년 만에 철수해야 했다. 매일유업 측은 “자사 브랜드가 아니면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국제 수출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1987년에는 ‘매일맘마’라는 자체 브랜드로 사우디 시장을 재공략했고,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인근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예멘, 시리아 지역으로 판매를 확대해 중동에서만 연간 1000만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중국시장에도 안착했다. 처음 중국 수출을 시작한 것은 1999년. 신뢰할 수 있는 업체와 고정적인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래하다가 갑자기 연락을 끊는 업체도 있었다. 그러던 중 멜라민 사건이 매일유업에게는 도움이 됐다. 질 좋은 분유를 구하기 위해 중국 현지 업체로부터 수많은 제안을 받고 그 중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기 때문.

두유, 요구르트, 카페라테 등은 북미 히스패닉계에게 인기가 좋다. 이들 제품의 올해 매출은 북미에서 전년대비 20% 신장했다. 매일유업은 “그동안 북미에선 주로 한인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마케팅했지만 앞으로는 히스패닉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고 올해 말부터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종헌 매일유업 사장은 “베트남은 교육열이 높고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은 나라라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베트남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제조일자 표기’ 낙농업계 혁신 불러온 한줄의 힘▼

서울우유가 낙농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국내 낙농산업의 보호막을 자처하고 나섰다. ‘제조일자 표기’라는 한 줄 혁신을 통해서다. 서울우유는 올 7월부터 업계 최초로 흰 우유에 제조일자 표기제를 시행했다. 국내 식품안전기본법상 유통기한만 표기해도 되지만, 자발적으로 제조일자까지 함께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수입 유제품이 국내에 쉽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제조일자까지 표기해야 소비자가 유제품의 신선도를 판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다. 기존처럼 유통기한만 표기하면 소비자로서는 우유가 언제 제조됐는지 알 수 없다. 배송과정에서 유통기한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수입 유제품과 차별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민호 서울우유 마케팅본부장은 “소비자가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함께 고려해 더 객관적인 기준에서 유제품의 신선도를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신선제품을 선택하는 새로운 식품 문화를 제시하는 동시에 국내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서울우유는 제조일자를 표기한 지 두 달 만인 9월 말 하루 판매량이 4일 연속 1000만 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루 평균 판매량 800만 개에서 15% 이상 신장한 수치다. 특히 출산율 감소로 우유 판매량이 저조하던 상황에서 이례적인 신장세였다.

1937년 창립한 이래 우유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데는 끊임없는 혁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우유는 1979년 펄프를 원료로 한 포장팩을 도입해 깨지기 쉽고 회수와 세척공정이 필요한 기존 유리병의 단점을 극복했다. 또 1984년에는 국내 최초로 ‘저온 유통 시스템’를 도입해 가장 빠르게 신선한 우유를 소비자에게 전달 했다. 2005년에는 ‘1급A 우유’ 생산에 성공했다.

1급A 원유는 원유 1mL당 세균 수가 3만 마리 미만으로 1등급 원유 중에서도 가장 신선하고 좋은 품질을 말한다. 이는 낙농가로부터 우유를 등급별로 분리 집유하고, 시설을 개선하는 등 2년 가까이 치밀하게 준비해 온 노력의 결과였다. 서울우유는 원유 품질 고급화를 위해 10년간 4000억 원을 투자했다.

1급A 우유의 등장은 우유 품질 경쟁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하며 한국 우유의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2400개의 전용목장에서 수의사 50여 명이 젖소의 건강을 관리하며 신선한 1급A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서울우유는 2017년 매출액 3조 원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품질력 앞세운 한국 남양분유 중앙아시아 첫 진출▼

남양유업은 올 8월 국내 분유회사로는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 국내 분유의 세계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국내 의료진이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해 온 카자흐스탄은 한국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깊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공식 인증한 남양분유의 수출 길에 큰 힘이 된 셈이다. 남양유업은 카자흐스탄 진출과 동시에 카자흐스탄 식품아카데미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고, 카자흐스탄 소아과협회 공식 인증도 곧 받을 예정이다.

김기훈 남양유업 해외팀장은 “품질력을 앞세운 한국산 분유가 중앙아시아에 처음 진출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카자흐스탄 진출은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동유럽까지 판로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 5월 6500여 명의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남양유업의 분유 ‘아이엠마더’ 등에 대해 모유 대체식으로 공식 인증했다. 남양유업 제조 공정을 방문 점검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 회사의 철저한 품질 관리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남양유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 온 핵심은 모유를 따라잡는 것. 우유와 모유는 영양 조성과 흡수, 아기 성장과 생리 작용에 주는 영향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최소화해 모유와 가장 가깝게 만드는 걸 분유 개발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최근 선보인 ‘임페리얼 드림XO-Five-Star’는 이런 모유 정복을 위한 노력의 결정체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사람 모유와 가장 유사하다고 밝혀져 ‘꿈의 원유’라 불리는 ‘A2 밀크’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A2 밀크는 모유와 최대한 가까운 형태의 원유로 알레르기를 억제하고 아기가 소화 흡수를 잘하게 도와준다.

남양유업은 30여 년 전부터 품질 관리 인력의 15%를 전문 수의사로 채용해 농가 젖소의 건강, 질병 이력, 젖소의 먹는 물까지 낱낱이 추적 관리한다. 질 좋은 원유를 얻기 위해서는 완벽한 목장 관리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 이 회사에 원유 납품을 원하면 서류 심사, 법적 규격, 자체 검사, 공인시험기관 분석이라는 4차에 걸친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또 100% 품질 검증을 위해 이물, 일반 세균 등 227가지 품질 검사도 실시한다. 분유 1회 생산량 3만 캔 중 품질 검사에 소요되는 것만 1500캔에 이른다. 검사된 제품은 전량 폐기되며, 시가로 치면 4600만 원이다. 품질에 대한 지독한 고집. 이것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남양유업의 힘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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