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일 쑤저우서 ‘글로벌 혁신 데이’
이윤우 부회장-이재용 전무 등 대거 참여
LG, 수뇌부 3인 난징에 모여 ‘2010 구상’
SK, CEO 베이징 집결 새 성장동력 모색
삼성전자는 10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중국 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혁신 데이’를 연다. 이윤우 부회장이 주재하는 이 자리에는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중국 각 지역의 법인장, 제조·생산인력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 공장의 혁신 사례를 공유해 후이저우(惠州), 톈진(天津), 웨이하이(威海) 등 중국 지역의 각 생산거점에 전파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사업 점검에 머물지 않고 중국 내 제조업 혁신 방안 논의가 포함된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SK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들 회사의 수뇌부는 최근 보름 간격으로 잇달아 중국을 방문했다. 그동안의 중국 사업을 재점검하는 한편 본격적인 ‘공격 모드’로 전환하고 나선 것. 이는 중국이 올해 8% 안팎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세계의 공장’뿐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기업들의 중국 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혁신 데이는 그동안 중국을 인건비가 싼 단순한 생산거점으로 봤던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도 한국 못지않게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다목적 생산거점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추격과 중국 내 글로벌 회사들의 경쟁에 맞서 삼성전자도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한 차원 높여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삼성전자가 2조6000억 원을 투입해 쑤저우에 짓겠다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이다. 종전에도 쑤저우에는 한국에서 LCD 패널을 수입해 쓰는 조립형태의 LCD 모듈 공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LCD 패널까지도 쑤저우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2, 3년 전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투자 유치 ‘러브콜’을 받고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샤프와 LG디스플레이가 최근 LCD 패널라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대만 LCD업체인 AUO와 CMO도 중국과의 양안(兩岸) 관계 개선에 힘입어 중국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 LCD업체는 여전히 한국(8세대)에 뒤처지기는 했지만 최근 6세대 라인에 투자할 정도로 예전보다 기술력이 좋아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 중국에 LCD 패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눈앞에서 시장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중국 내수시장 전략을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 명품)’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과 대도시를 공략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라오바이싱(老百姓·대중), 중소도시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심각하게 중국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의 주요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은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집결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통신과 에너지가 성공했다고 해서 이 전략이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통신과 에너지가 아닌 제3의 성장동력을 찾으라는 뜻.
실제로 SK그룹은 그동안 중국시장에 들인 ‘공’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한중 수교 ‘밀사’로 활약했고 2005년 최태원 회장은 “중국은 SK의 제2 내수시장”이라는 항저우(杭州) 선언을 했다. 하지만 통신과 에너지는 중국 정부의 장벽에 막혀 뚜렷한 성과를 못 냈다. 그룹 내부에서도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이 차이나유니콤을 매각한 것처럼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100여 개의 SK그룹 중국 지사·법인을 효율적으로 통폐합하는 한편 SK차이나의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맞물려 차이나유니콤 매각 차익인 5000억여 원 등을 종잣돈으로 새 사업을 찾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수뇌부는 지난달 27일 중국 난징(南京)을 찾았다. 구 회장이 이달 2일 계열사 사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컨센서스 미팅(CM)’을 시작하기 전 중국 내 최대 생산거점인 난징을 찾은 것이다. 구 회장은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시장은 생산거점이 아니다. 한국과 동반해야 할 전략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4조7000억 원을 들여 LCD 생산라인을 짓고 LG전자는 제품과 솔루션(소프트웨어)을 결합한 수익 모델을 통해 글로벌기업들의 추격에 맞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