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실업률이 10.2%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시장 예상치인 9.9%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건축 부문이 여전히 큰 폭의 일자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도 계속되고 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미국 경기지표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이번 실업률 발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경제가 고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실질임금 상승률, 일자리 증감, 소비자대출 증감의 함수다. 실질임금은 물가 하락으로 인해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과 대출 개선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대출은 전달에 비해 150억 달러 가까이 줄어 8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월 연속 감소는 1943년 이래 처음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근본 동력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지금 개선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지표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줄어들면 민간 경제의 힘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계속 마이너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지표들이라도 마이너스 폭만큼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선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재차 악화되는 것도 아니기에 주가를 큰 폭으로 내릴 만한 유인은 없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 증시는 박스권 흐름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미국 소매기업들의 발표가 집중돼 있다. 메이시백화점을 필두로 월마트, 노드스트롬, JC페니, 홈디포 등 소비 경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된다. 예상을 웃도는 결과가 나오면 10월 고용과 소비자대출로 인한 우려와 실망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줄 것이다.
12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시장의 예상은 이번에도 동결이다.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금통위 이후의 코멘트다.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힌트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이미 두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미국과 유럽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3분기 GDP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11일에는 중국의 주요 지표들이 발표된다. 산업생산, 실업률, 물가지수, 소매판매 등이 발표되는데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은 물가지수다. 최근 중국의 정책 당국은 과감한 경기부양과 유동성 공급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매우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힘이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고 현재 수준의 주가에서 더 밀어 내릴 만한 악재도 없다. 5월만 해도 13배 수준이었던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금 10배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은 주식 비중을 줄일 시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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