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다음달부터 정기 임원인사에 본격 들어가면서 인사의 폭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해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음달초 인사를 실시할 계획인 가운데 연초에 인사를 발표하던 삼성그룹은 올해는 연말로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경기 회복 전망과 계열사간 합병 예정 등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그룹에선 오너 일가의 승진 등으로 후계 경영구도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너 일가 후계자의 약진 여부에 촉각
올해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41)의 승진과 보직 복귀 여부에 가장 관심이 쏠린다. 이 전무는 지난해 4월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 보직을 내놓고 해외 사업장을 돌며 현장 경영수업과 시장개척을 병행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재판이 마무리된 만큼 이 전무가 보직을 받아 경영에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서거나 삼성전자 계열사 또는 해외법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신라호텔 겸 에버랜드 전무(39)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36)의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광모(31)씨도 연말 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참여할 계획이어서 어떤 직위와 보직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33)의 승진 여부에 그룹 안팎의 시선이 모아진다. 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34)보다 한 살 적지만 직급은 2계단(상무보-상무) 차이여서 상무보 승진이 점쳐진다. 박 부장은 8월 아시아나항공에서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말쯤 정기 승진 인사를 앞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인사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승진 인사가 8월에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수시 인사가 잦아 '럭비공 인사'라는 평을 듣는 것이 정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어서 연말 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기업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SK그룹은 지난해 SK에너지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해운, SK C&C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대폭 인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 인사는 소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과 한화그룹은 '예정된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그룹은 내년 1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 합병을 앞두고 있고 신설 통신 통합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로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61)이 내정돼 기존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통합법인의 부문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한화그룹도 통합 법인의 새 수장(首長)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달 말 한화리조트와 한화개발이 합병된 다음 합병법인이 12월 중순 한화63시티도 통합할 예정이어서 '레저 총괄 CEO'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금융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도 연말 합병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