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 10년만에 개편

시중금리 반영… 이자 예측 쉬워진다
은행채 - 예금금리 등 기준, 4가지 변동금리 상품 시판
소비자 선택 폭 넓어지지만 가산금리 따라 부담 늘 수도

은행권이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준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를 10년 만에 바꾸는 것은 CD금리의 변동 폭이 지나치게 큰 데다 은행들이 여기에 각기 다른 고율의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 부담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새 대출상품이 나오면 대출금리가 실제 시중금리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게 돼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자금운용계획을 짜기가 쉬워진다.

○ 이자 더 낼까, 덜 낼까

이론적으로 내년 1월 이후 신규 상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지금보다 이자를 더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은행채 발행금리와 예금 수신금리가 현행 CD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집을 담보로 1억 원을 빌린 A 씨는 당시 3.29%의 CD금리에 2.48%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더해져 연 5.77%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매월 이자액은 48만833원. A 씨가 동일한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9월 말 당시 은행채, 예금금리, CD금리를 평균한 금리(3.53%)를 기준으로 대출을 받으면 연 6.01%의 금리에 월 이자가 50만833원으로 CD연동 대출 때보다 2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가산금리와 은행채 및 예금금리 동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가 바뀐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대출이자가 늘어난다거나 줄어든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은행들이 새 상품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현행 CD연동 대출 때보다 낮추거나 예금금리가 CD금리보다 하락한다면 새 대출상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예금금리가 CD금리보다 낮았던 2007년 말 은행채 등을 섞은 새 금리로 1억 원을 대출 받았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 부담이 CD연동 대출을 받은 때보다 8333원 줄어든다.

이자부담의 증감보다는 시중금리와 대출금리가 함께 움직여 고객이 내야 할 이자를 지금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금융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발표한 금리 보고서에서 “시장을 대표하지 못하는 CD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예금금리와 은행채 금리를 섞은 새 기준금리는 대출금리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 4가지 변동금리상품 중 선택

내년 1월부터 선보이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크게 △전체 은행권의 3대 조달금리를 반영한 상품 △개별 은행의 3대 조달금리를 반영한 상품 △현행 CD금리 연동 상품 △현행 은행 간 금리인 ‘코리보’ 연동 상품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은행들은 전체 은행권 조달금리를 기준으로 한 상품을 주로 준비하고 있다.

전체 조달금리를 기준으로 한 대출상품이 많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지만 모든 은행이 일률적으로 기존 상품을 없애진 못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소지가 있다고 보는 데다 기준금리가 높아진 상품만을 내놓으면 궁극적으로 대출금리를 높이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채 발행금리가 낮은 일부 은행은 초기에 낮은 대출금리로 고객을 끌기 위해 자체 조달금리를 기준으로 만든 대출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초기에는 4가지 상품이 섞여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새 금리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지금보다 다소 내린 상품을 많이 내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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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