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은행권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이 리스크관리와 영업 부문 강화를 뼈대로 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임원급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사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기업 구조조정을 급박하게 진행하면서 늦춰온 은행권의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셈이다.
우선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김정한 우리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우리금융 전무로 선임해 지주사와 은행의 리스크관리를 총괄토록 한 데 이어 리스크관리와 관련된 지휘계통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재임 당시 무리한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낸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조치다.
이어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에서 파견돼 지주사에 근무 중인 부장급 이상 간부에 대해 계열사에 사표를 내고 소속을 지주사로 완전히 옮기도록 할 방침이다. 지주사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한편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8월 리스크관리 상무를 신설한 데 이어 연말경 추가 조직 개편을 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부행장 3명이 2년 임기가 끝나 후속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강정원 회장대행 후임으로 새로운 인물이 지주사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대규모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금융지주는 정기 이사회를 열어 전체 이사 12명 중 집행이사 3명을 뺀 사외이사 9명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천위는 새 회장의 선발 절차와 기준을 결정한 뒤 후보군에 대한 평가와 심사를 거쳐 다음 달로 예정된 이사회에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임원 대부분이 다음 달 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하나금융지주는 이현주 경영지원실장을 그룹 전략 및 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추진호 하나은행 기업총괄 부행장을 경영지원실장으로 선임했다. 하나은행은 양용승 전 하나대투증권 IB부문 대표를 기업영업그룹 담당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조직 개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중에선 한국씨티은행이 개인영업 지점과 가계영업 지점 간 업무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점 사이의 업무 통합이 이뤄지면 기업금융그룹 내 기업경영본부가 소비자금융그룹 산하로 바뀌는 등 본부 조직 개편과 후속 지점장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조직 운영의 중심축을 리스크관리 부문으로 옮기는 한편 올해 내내 위축됐던 영업 부문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큰 폭의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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