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라이벌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일 새로운 휴대전화 전략을 각각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폰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정면대결’, LG전자는 ‘동맹확보’로 요약된다.
○애플도 구글도 아닌 ‘삼성폰’ 만들기
삼성전자는 이날 ‘바다’라는 이름의 모바일 플랫폼을 공개했다. 모바일 플랫폼은 애플의 ‘아이폰 운영체제(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처럼 OS 역할을 한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는 모두 이 바다 플랫폼이 쓰일 예정이다.
이는 애플을 분석한 전략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앱스토어’라는, 세계 각국 개발자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일종의 시장(市場)을 만들었다. 이 덕분에 앱스토어에는 7일 현재 10만 개가 넘는 소프트웨어가 등록됐고 매일 1만 건 이상 다운로드가 이뤄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휴대전화 판매량만 6020만 대로 애플의 아이폰 누적 판매량 5000만 대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높은 이익을 올리진 못한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윈도 모바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OS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가 도입되면 사용자는 기종에 관계없이 ‘삼성폰’용으로 개발된 모든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이호수 부사장은 “삼성 독자 플랫폼인 바다를 통해 앞으로 사용자와 개발자, 통신 사업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와 손잡고 ‘LG동맹’ 만들기
LG전자도 이날 구글의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휴대전화 ‘GW620’을 프랑스와 호주, 싱가포르 등에 다음 달 선보인다고 밝혔다.
직접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기능을 개발해 기본 기능으로 포함한 게 이 휴대전화의 특징이다. 휴대전화 주소록을 전화번호만이 아닌 e메일, 메신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한 것이다.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하면 이런 개별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각각의 서비스 웹사이트에 매번 접속해 로그인해야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개인이 쓰기 때문에 로그인 없이도 이런 서비스에 늘 연결할 수 있다. 또 예를 들어 A라는 친구에게 e메일을 받으면 문자메시지로 이 친구에게 답장을 하고 A는 이 문자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려 또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OS 개발사인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이고 SNS 업체들과도 다양한 제휴 관계를 맺었다. 제조업체는 기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는 전문가에게 맡긴 셈이다.
○가전 경쟁력을 휴대전화로
이런 국내 업체의 대응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미지역 기준으로 애플의 3분기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7.4%로 2분기(4∼6월)보다 1.5%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전분기보다 0.9%포인트 늘었고 LG전자는 오히려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업체는 이들이 강점을 가진 디지털 가전제품과 휴대전화의 연계를 구상 중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전략을 담당하는 최종서 MC C&S 기획그룹장은 “한국 업체의 강점은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도 만든다는 것”이라며 “TV의 넓은 화면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컴퓨터로 입력한 내용을 휴대전화에 쉽게 전송하는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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