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신의 물방울’ 광풍 이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 샤토 르 퓌(Château Le Puy)

보르도 생테밀리옹 동북부의 코트 드 프랑이 원산지다. 400여 년간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흙의 힘으로 키워진 포도로 만든 와인 맛이 궁금하다면 이 와인을 맛봐야 한다. 이산화황 역시 일절 첨가되지 않았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이 블렌딩됐다.

■ ‘신의 물방울’ 광풍 이후

최근 21권 나와… 20권 더 발매
삶의 포인트와 와인 맛 비유
亞서 700만부 팔리고 佛 출판


4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만화 ‘신의 물방울’. 그 21권이 지난달 발매됐다. 만화는 12사도로 명명된 12개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로 불리는 최후의 와인 1병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 한때 광풍으로까지 표현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이 주춤해졌다. 삽화를 담당한 작가는 앞으로 20여 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속도로 가면 2014년이 되어서야 13병의 와인이 모두 밝혀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이 만화는 쉽지 않다. 만화라는 형식을 취해서 그렇지 등장하는 와인도 많고 언급되는 내용 또한 쉽지 않아 와인 초보자들에게 버거울 만하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몇 권 읽다가 포기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현재까지 일본 한국 대만 홍콩에서 700만 부 이상 팔렸다.

작년에는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출판되었다. 지난달에 10권이 나왔으며, ‘프랑스 사람도 몰랐던 와인 지식이 나오는 만화’라는 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35만 부가 팔렸다. 이 만화의 프랑스판 서문은 ‘1976년 파리 테이스팅’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와인 전문가 미셸 도바즈 씨가 썼다. 만화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와인숍이나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이 책을 이용한 요란한 프로모션을 하지 않는다.

올해 신의 물방울은 요리와 와인책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세계 미식가 요리책 대회(Gourmand World Cookbook Awards)’에서 만화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원작자 아기 다다시(亞樹直) 남매는 세계적인 와인 잡지 디캔터가 2년마다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 와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에 뽑히는 영광도 누렸다.

일본에서는 이미 2년 전에 신의 물방울을 주제로 음반이 발매되었으며, 올 초부터 3개월간 니혼TV에서 총 9회분 드라마를 내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용준 씨가 이 만화의 드라마 제작과 함께 주연까지 맡을 예정이다. 첫 촬영이 올 하반기에 시작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5개의 와인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작가가 끄집어 낼 12사도의 주제가 보이는 듯하다. 처녀지(시작), 모나리자(어머니), 아버지, 첫사랑, 인생의 시련과 극복…. 아마도 작가는 와인을 통해 사람들의 인생 여정에 중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줄 생각인 듯하다. 사실 그동안 다소 지루한 전개와 비슷비슷한 표현들로 식상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다음 권을 기다리게 되었다. 어떤 와인이 인생의 어떤 순간을 말하는지 와인도, 인생도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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