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끊임없는 가치 논쟁을 벌이는 전장(戰場)이다. 늘 ‘싸다’는 사람과 ‘비싸다’는 사람이 편을 갈라 싸우는 시끄러운 곳이며 그런 와중에 치열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장터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대다수 사람이 주가가 싸다고 여길 때 주가가 계속 오른 적은 거의 없었고 반대로 모든 이가 주가가 비싸다고 의견 일치를 보였을 때 주가가 크게 떨어진 사례도 드물었다. 증시에서 군중심리를 쫓는 것은 대개 결과가 좋지 않다. 내가 아는 정보를 이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정보나 뉴스가 현재 주가에 반영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증시에 나돌고 있는 보편적인 상식과 정보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고 완만하게 회복된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경기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낮은 편이고 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도 자의반 타의반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 주변의 유동성은 당분간 풍요로울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동시에 부동 자금의 신흥국 자산 매입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또한 지금 세계 경제는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 단계를 졸업하고 민간 주도의 회복 국면으로 옮겨가는 과정이지만 그 여정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재 회자되고 있는 정보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합의점에는 적지 않은 맹점이 있다. ‘경기가 방향성 측면에서 바닥을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을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라는 문제와 ‘출구전략을 미룰 정도로 경기가 취약한 상태에서 유동성이 자산가격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등의 문제다.
또한 미국이 허약한 고용구조로 경기회복이 시원찮을 경우 달러 약세가 무한정 계속될 수 없을 것이며 달러 약세로 인한 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신흥국에 무한정 쏠릴 수 없을 것이다. 지속적인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중국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데다 달러 약세가 장기화되면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해외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문제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회복된다면 이런 우려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완만한 경기회복과 완만한 경기침체는 둘 다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금 지구촌 경제는 현재의 우려와 약점들이 사라질 정도로 아주 센 경기회복이 찾아오든지 아니면 반대로 세계 각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실물 경제가 희생양이 되든지 두 갈림길에 놓여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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