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車값 10% 내려도 안산다” 73%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국내 소비자 513명 조사… “관세 없어져도 제품 경쟁력 부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 일부 정치권에서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시장의 문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와 통상·자동차 전문가들은 “미국 차가 한국에서 팔리지 않는 이유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 부족 탓”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소비자 10명 중 7명은 미국 차 값이 지금보다 10% 떨어지더라도 미국 차 대신 한국 차나 일본·유럽 차를 사겠다고 답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자동차포털 엔크린닷컴과 함께 10, 11일 이 사이트 회원 513명을 대상으로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49.4%)은 미국 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 이유로 디자인(16.8%), 연료소비효율(12.7%), 성능(7.4%), 브랜드 이미지(7.2%) 등 제품 자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의 90.8%는 차량 소유주이며, 이 중 41.2%는 보유 차량이 2000cc 이상 중대형 차라고 답했다.

미국 차 값이 지금보다 10% 떨어진다고 해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다른 국산차나 유럽 차, 일본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조사 대상자의 72.9%였다. 현재 미국 차에 적용되는 관세율(8%)이 당장 없어지더라도 한국에서 판매는 별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미국 차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더라도 실제 소비자가격은 4∼6%만 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미국 내에서도 자동차 분야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하면 상위권은 아시아 제품이 휩쓴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자동차부문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수입차업체 관계자 12명을 포함한 자동차 및 통상 전문가 27명 중 12명(44.4%)이 “두 나라의 개방 수준이 비슷하다”고, 9명(33.3%)은 “한국의 개방 수준이 더 높다”고 답했다. 2명만 “미국의 개방 수준이 더 높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완성차 기준으로 59만여 대를 미국에 수출했지만, 미국이 한국으로 수출한 차량은 8864대에 그쳤다. 미국 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수년째 1% 미만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분 70.1%를 보유한 GM대우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미국 차 점유율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GM대우차는 지난해 한국에서 11만여 대(시장점유율 10.1%)를 팔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6∼8%라고 할 때도 앨라배마 현지 생산분을 포함한 것이다. 이상호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GM대우차의 한국 판매는 미국 자동차회사의 현지생산 판매”라며 “정부가 이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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