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퀘어 임대율 40% 불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도심 오피스시장 찬바람… 임대료 내리고 공실률 급증
기업들 위기감 안풀려 신규 공급량도 넘쳐나

2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16일 재개관한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서울스퀘어는 올 1월 분양계약에 들어갔지만 16일 현재 계약률이 40%에 불과하다. 옛 대우그룹의 사옥으로 도심 한복판인 서울역 맞은편에 있고 한국 경제성장의 상징으로까지 불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저조한 성적이다. 현재 이 빌딩에 입주하기로 한 대기업 계열사는 LG이노텍과 SK그룹의 계열사 등 두 곳뿐이다.

국내 경기에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지만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혹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이 경제 회생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경기 회복에 암초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오피스빌딩 시장은 여전히 혹한

올 3분기 국내 오피스 시장 임대료가 전 분기 대비 0.2% 내려 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고 공실률이 급증하는 등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빌딩 주인들이 임차인을 찾기 위해 제시하는 ‘1년 임차시 3개월 무료’ 등 각종 인센티브까지 감안하면 1년 전과 비교해 실질 임대료는 20%가량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중구 서소문동 연면적 6만 m²의 A빌딩은 최근 새로 입주하는 기업에 한해 3.3m²당 1만 원 이상 낮춘 임대료를 제시하고 있다. 공실률이 48%로 절반 이상 비어 있는 데다 인근의 서울스퀘어나 삼성본관의 리모델링 등 신규 빌딩 공급이 예정돼 있어 임차인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률이 52%에 이르는 강남구 역삼동의 B빌딩 역시 최근 임대 관리 전문업체에서 컨설팅을 받고 임대료를 종전보다 7%가량 내린 3.3m²당 7만 원으로 결정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세빌스코리아의 김정은 전략개발실 팀장은 “매년 물가인상률만큼 정기적인 인상을 해오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임대료가 하락한 빌딩은 서울 전체 빌딩의 1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빌딩의 빈 공간도 계속 늘고 있다. 서울 빌딩 평균 공실률은 올 1분기 평균 2.0%, 2분기 3.4%, 3분기 4.1%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강남권 빌딩은 주요 세입자인 보험사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좀 더 싼 빌딩을 찾아 강남을 떠나면서 공실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00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가 세워졌을 때부터 이곳에 입주해 왔던 소니코리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올 2월 임차료가 3.3m²당 2만 원이 더 싼 방배동 구산타워로 이전했다. 도심권에서는 ING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등 보험사 자체가 폐점하거나 지점이 폐쇄되는 경우가 늘면서 빈 빌딩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안철수연구소, NHN, 네오위즈 등 IT 업체들이 테헤란로나 여의도를 떠나고 있다.

○ “초고층빌딩 2, 3년 뒤 넘쳐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빌딩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등 경기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안 좋은 데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기업도 많다. 여기에 내년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은 고정 비용을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신규 공급을 앞두고 있는 초고층 빌딩이 많아 공실률이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타워(122층·555m), 용산지구 랜드마크 타워(150층·650m), 마포구 상암동 상암DMC 터의 서울라이트(133층·640m) 등이 완공되는 시점에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국내 빌딩 시장이 연쇄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영에셋 홍순만 이사는 “초고층 빌딩들이 입주하는 시점을 전후해 2, 3년간 빌딩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도심 주요 빌딩의 값비싼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일부 외국계나 대기업 등으로 극히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빌딩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전문 금융회사인 CIT그룹의 파산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 재연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만기가 몰려 있는 상업용모기지담보부증권(CMBS)이 한꺼번에 부실화돼 문제가 됐다”며 “하지만 한국은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며 CMBS에 한국 금융회사가 투자한 사례도 많지 않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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