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갖춘 대형 생보사 탄생 기대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 삼성생명 내년 상반기 상장 추진
10위권 대형주 유력… 보험업계 투명성 높아질 듯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내년 상반기 상장 추진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보험 상품의 질이 높아지고 증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보험사와 경쟁할 만한 대형 생보사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1990년 상장에 관심을 보인 지 약 20년 만에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가 상장규정을 개정해 생보사 자산재평가에 따른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상장규정의 개정 전에는 상장차익 배분 여부가 상장의 걸림돌이 됐지만 지금은 법적 성격과 운영방식 등을 고려해 주식회사라고 판단되면 상장에 문제가 없다.

금융계는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자금조달 경로가 다양해질 뿐 아니라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생보사들은 보험료 수입이나 금융권 대출을 통해 기업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상장 후에는 주식을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보험사와 합병하거나 금융회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지금도 연간 사업보고서 등 중요사항을 공시하고 있지만 상장 후에는 지분변동이나 주요 계약 등 기업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는 사항을 속속들이 공개해야 하는 등 투명성이 높아져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함께 높아진다.

이런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보험 상품의 종류가 많아지고 질이 향상되는 간접적 효과도 클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은 보험사별로 조직 구성과 상품개발 과정이 비슷해 차별성 있는 상품을 만들기 어렵지만 대형화를 계기로 전문인력 확보가 쉬워지면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에선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10위권의 대형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장외에서 5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주식 수가 2000만 주이므로 현재 장외 기준 시가총액은 10조 원 규모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8, 19위 정도인 KT나 신세계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장 후 주가는 70만 원 중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럴 경우 시가총액은 14조 원대를 넘어서게 된다.

우량 금융회사의 상장으로 국내 증시 규모가 커지고 생명보험업이라는 새로운 투자분야가 생겨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보사도 상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