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동안 세계 경제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던 것 중 하나가 디플레이션이다. 미국 가계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신용경색으로 말미암아 기업들은 수요 부진 속에서 과잉 생산능력을 떠안게 되었다. 고용 부진이 다시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자산가격이 하락한 것도 디플레이션 환경에 일조했다.
2010년도 미국 소비 부진으로 저물가,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디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도 크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과도한 정책의 후유증이 염려되고 각국 중앙은행의 선제적 금리인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3∼2007년에는 낮은 금리 아래서 신흥(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고성장이 이어지면서 상품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진행되는 상품가격의 상승은 유동성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선진국의 초저금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가 상품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유동성 효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들은 경기회복 신호가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보니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 이후에 후행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보였다. 내년에도 미국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찾기 전까지 금리인상이 상당기간 미뤄질 수 있다. 미국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는 있지만 실질 수요가 약해 2010년에도 금리가 신속하게 인상되어야 할 필요성이 낮다고 보는 의견도 많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재차 침체로 빠져드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도 제기한다. 민간 주도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인지, 또 회복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은 늦어질 수 있다.
미국의 유동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위험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한편 달러 약세의 가속화로 이어져 상품가격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기회복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한다고 해도 비용변수들이 상승해 경기회복이 위협받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국처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불가피하다. 해외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상품가격이 상승한다면 더더욱 부정적이다. 한편 달러 약세 심화는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출구전략 지연은 한국 경제에는 유리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