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남성 서빙 인기 높은데 스튜어드는 점점 줄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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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전체 승무원의 11% 불과
현재 640명 근무 중
기내 난동 대처때 보람


아시아나항공 98기 공채 54명 중 ‘청일점’인 이두원 씨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 복장을 하고 기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는 “전문가다운 서비스를 보여주겠다”며 ‘미소 짓기’, ‘경상도 사투리 고치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 제공 이두원 씨
아시아나항공 98기 공채 54명 중 ‘청일점’인 이두원 씨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 복장을 하고 기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는 “전문가다운 서비스를 보여주겠다”며 ‘미소 짓기’, ‘경상도 사투리 고치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 제공 이두원 씨
2007년 4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98기 공채로 입사한 이두원 씨(28)의 별명은 한때 ‘두원언니’였다. 54명의 입사 동기 중 유일한 남성인데, 입사 후 3개월간 기초훈련을 받는 동안 여성 동기들이 옷매무새나 머리 모양이 어떠냐고 물으며 친근하게 ‘두원언니’라고 불렀던 것이 별명으로 굳어졌다. 청일점이었던 그는 “남들은 ‘축복받았다’고 했지만 한 번도 그런 환경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상당히 겸연쩍었던 기억이 새롭다”고 회상했다.

스튜어드(남성 승무원)는 항공업계에서 희귀한 존재다. 스튜어디스(여성 승무원)는 익숙하지만 스튜어드는 생소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 스튜어드의 ‘은밀한’ 세계

아시아나항공 공채 4기로 승무원 경력 20년의 목인상 선임사무장(45)은 “동네 주민이 아내에게 ‘신랑이 혹시 밤업소에 다니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며 “해외지역 비행근무를 하게 되면서 저녁에 출근했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정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미소 짓는 연습을 하다 얼굴에 경련이 일어난 적도 있다”며 “지금은 미소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몸에 배 이웃들에게 ‘깔끔하고 예의바른 사람’으로 통한다”고 했다.

이 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그는 “남자여서 더 눈에 잘 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해외로 비행갈 때마다 호텔방에서 혼자 녹음하고 들어보면서 사투리를 고치곤 했다”고 털어놨다.

대한항공의 이덕영 객실사무장(37)은 미혼인데도 아기를 어르고 달래는 데 ‘고수’가 됐다고 한다. 비행기를 탄 아기들은 열에 아홉은 울음을 터뜨리기 때문에 아기 달래는 법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 동료들로부터 아기 보기 노하우를 전수받고 조카들과 함께 놀아주며 터득했다. 그는 “종이컵에 땅콩을 넣고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 아기의 주의를 끌면 좋다”고 귀띔했다.

기내에서 술 마시고 소란 피우는 남자들을 진정시킬 때 스튜어드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두원 씨는 “기내에서 제공하는 술을 마시고 취하는 손님이 적지 않다. 손님이 ‘술 더 달라’고 할 때 스튜어드가 가서 너스레 떨며 자제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호소력이 있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 줄어드는 추세의 스튜어드

앞으론 스튜어드를 보기 힘들어질지 모른다. 국내 항공사에서 스튜어드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스튜어드 비중은 1990년 약 33%에서 2009년 약 11%로 줄었다. 대한항공은 1990년 전체 승무원 1480명 가운데 약 32%인 480명이 스튜어드였으나 올해 기준으로는 3776명 중 12%(455명)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첫해 공채 104명 중 41명(39.4%)을 남자로 뽑았지만 올해는 29명 중 1명만이 남자였다. 대한항공은 1997년부터 스튜어드는 따로 공채하지 않고 일반직으로 뽑은 후 사내 공모를 통해 선발해, 2008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남성에 대한 성차별”이라며 시정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기업 고유의 권한”이라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스튜어드는 늘기 힘들어 보인다.

윤선정 한국관광대 항공서비스과 교수는 “승무원이라고 하면 대개 젊고 예쁜 여자만을 떠올린다”며 “남성 비율을 조금 높이는 것도 외모 지상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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