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시대를 초월한 리더의 덕목 ‘군자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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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惠,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
勞, 명확한 임무 선택과 지시
欲, 탐욕스럽지 않은 욕심
泰, 교만하지 않은 자유분방
威, 사납지 않은 위엄


논어에서는 군자가 갖춰야 할 덕성으로 5가지 미덕(美德)을 뜻하는 군자오미(君子五美)를 꼽는다. 논어의 맨 마지막 편인 ‘요왈(堯曰)’에서 공자가 제자 자장(子張)에게 일러준 말이 바로 군자오미다.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惠), 명확한 임무의 선택과 지시(勞), 탐욕스럽지 않은 욕심(欲), 교만하지 않은 자유분방(泰), 사납지 않은 위엄(威)은 시대를 초월한 리더의 덕목이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 리더는 배려하되 지나치면 안 된다(惠而不費). 자기 딴에는 은혜를 베푼답시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사안까지 억지로 배려하면 상대방의 반발만 살 뿐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리더 본인은 자신이 늘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배려가 초점과 중심을 잃으면 직원들은 이를 버거워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일을 정확히 찾아 은혜를 베푸는 지혜야말로 군자의 첫 번째 미덕이다.

둘째, 일을 시킬 때 부하 직원이 이에 원망을 느끼게 하면 안 된다(勞而不怨). 일을 하는 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언제나 힘들다. 때문에 리더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아무런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시키면 리더를 향한 원망이 가중될 뿐이다. 그러나 리더가 일을 지혜롭게 잘 선택해서 지시한다면 그 임무에 대해 불평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일을 정확히 찾아내서 그 임무를 해야 할 사람에게 적절히 부과하는 일이 군자의 두 번째 미덕이다.

셋째, 욕망을 갖되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欲而不貪). 리더는 욕망과 탐욕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적당한 욕심은 사람을 긴장시키고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 욕심이 지나쳐 탐욕으로 변하면 리더가 직원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시킬 때가 많다. 욕심을 갖되 탐욕에 빠지지 않는 게 군자의 세 번째 미덕이다.

넷째, 자유롭되 교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泰而不驕). 자유가 지나치면 교만으로 번질 수 있다. 지위가 높고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 자유와 교만함을 구별할 줄 아는 게 군자의 네 번째 미덕이다.

다섯째, 위엄을 갖추되 사나워 보여서는 안 된다(威而不猛). 위엄이 지나치면 사납게 보일 수 있다. 리더가 권위적으로 굴면 직원들이 리더 앞에서는 머리를 숙일지 몰라도 뒤에서는 그 리더를 욕한다. 적절한 위엄만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다. 경외심(敬畏心)은 사나운 모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존경(敬)에서 나오는 두려움(畏)이다.

리더가 되는 일은 어렵고 험난한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이 길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리더가 되면 안 된다. 조직과 조직원의 생존에 큰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군자오미의 덕목을 익혀야 리더 본인, 조직원, 조직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 taoy2k@empal.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5호(2009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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