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호재-악재따라 출렁이는 ‘글로벌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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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요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개 두 가지인 듯하다. 낙관론자들은 인플레와 자산가격의 거품 가능성을 내다보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여전히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들은 세계경기의 순차적인 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반면 증시를 어둡게 보는 이들은 정부가 그간 경기를 살리려고 펼친 임시방편적이고 인위적인 정책들의 한계와 그 후유증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이런 의견 대립은 단시일 내에 그 승패가 명백히 판가름 나지는 않을 듯싶다. 지금 당장 실물경제가 곤두박질치기에는 저금리와 경기부양책의 약효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민간수요도 어느 정도 꿈틀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펄펄 끓어오르고 물가가 치솟을 정도로 당장 새로운 일자리나 기업 투자가 역동성 있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당분간 이런 양면적인 상황이 팽팽히 맞서 평행선을 그어 나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러다 보니 저금리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좀 더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섣불리 출구전략을 취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칫 민간수요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을 거둘 경우 지금까지 공들였던 정책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이런 애매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엔 유동성이 넘쳐나고 금융시장은 무엇보다도 통화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할 듯하다. 특히 금리정책을 좌우할 물가나 고용지표가 더딘 회복을 보일 경우 자산가격은 풍부한 단기자금의 흐름과 정책 당국자들의 말 한마디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가 유지되면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예금통장만 들고 그 고통을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위험자산에 투자할 것인지 끊임없는 갈등과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무작정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기에는 투자 환경이 불안하고 그렇다고 마냥 안전자산만 쥐고 있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그 사이 단기 부동화된 현금성 자산들은 시장 상황을 곁눈질하며 시장 주변을 맴돌게 된다. 이따금씩 이런 ‘눈치 자금’들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라도 하면 시장은 큰 변동을 보일 것이다. 마치 넓고 큰 물통이 흔들리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이 심하게 출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가나 유가, 금값 등 각종 자산가격이 모두 글로벌 유동성에 의해 럭비공처럼 튈 수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 주의보’가 발령된 셈이다.

결국 위험자산의 적절한 선택과 배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 시점에서 그나마 실수를 줄이는 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특히 통화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변수들에는 늘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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