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누리꾼 4명 중 1명 ‘파이어폭스’ 사용하는데
한국선 98%가 ‘익스플로러’… 웹 표준화 추세 못따라가
세계 누리꾼 4명 가운데 1명은 ‘파이어폭스’란 웹브라우저를 쓴다. 5년 전 미국의 비영리법인 모질라재단과 세계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든 웹브라우저다. 시장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에 따르면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이달 초 25%를 넘어섰다. 2004년 11월 첫선을 보인 뒤 5년 만이다. 모질라재단에서조차 “점유율이 5%만 넘으면 다행”이라고 했던 이 제품은 5년 만에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파이어폭스는 IE보다 웹페이지를 읽는 속도가 빠르고, 유튜브 동영상을 따로 저장하는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있어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채 1%도 되지 않는다. 애플의 사파리, 구글 크롬과 같은 웹브라우저는 이름조차 낯설다.
○ ‘우물 안 개구리’ 인터넷 강국
시장조사업체 비즈스프링에 따르면 IE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0월 말 현재 98.5%이다. 같은 시점 세계 시장점유율은 67.4%다. 한국에선 IE를 쓰지 않으면 인터넷뱅킹을 할 수 없고, 음악 내려받기도 불가능해 다른 웹브라우저를 쓰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체가 IE가 아닌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도 잘 작동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되지만 업체들은 테스트를 여러 번 하기 번거롭다며 이를 무시했다.
IE가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04년 파이어폭스가 등장한 이후 해외에선 웹브라우저 경쟁이 벌어졌다. 사용자를 위한 편리한 기능을 다양하게 갖춘 웹브라우저들이 속속 등장했고, 보안 기능도 훨씬 강화됐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비켜 있었다. 올해 7월 있었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이런 무관심을 노린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국내 약 2만 대의 컴퓨터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돼 다른 컴퓨터를 공격하는 이른바 ‘좀비 PC’로 변했다. 이때 감염경로로 지목된 것이 IE에 사용되는 ‘액티브X’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 전자결제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흔히 사용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컴퓨터 바이러스까지도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인식해 무심결에 설치해 버리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 서비스의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하려면 서비스 개발 비용이 이중으로 들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황용호 포털서비스개발팀장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는 해외에 나갈 때 액티브X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한 추가 개발을 하는 등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 ‘웹 표준’을 지키려는 노력
해외에선 파이어폭스나 사파리처럼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는 웹브라우저 사용자가 30%가 넘으므로 액티브X 대신 모든 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는 표준 기술을 사용한다. 이른바 ‘웹 표준’을 지키는 것이다. 웹 표준은 W3C라는 인터넷 관련 국제기구가 제시한 웹브라우저 기술 관련 가이드라인이다.
최근 들어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NHN은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 작동하도록 ‘네이버’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최근에는 웹브라우저 부가기능인 ‘네이버 툴바’를 파이어폭스용으로 개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 메인 페이지에서 파이어폭스를 내려받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등 공공기관 홈페이지도 웹 표준을 지키기 시작했다.
NHN 이현규 선행프로젝트그룹장은 “세계적으로 브라우저 경쟁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웹 표준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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