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6월부터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교통안전교육도 현행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부는 최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자동차 유리의 틴팅 허용과 운전면허 취득 절차 간소화를 예고했고 그 결과가 이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요. 평소 알고 지내던 교통 관련 경찰관이나 자동차 전문가들의 생각도 기자와 비슷했습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내걸고 무리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까지 간소화하는 것은 아닐까요. 틴팅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부는 경찰청과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틴팅 규제 완화안을 내놨지만 결국 국회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보기에도 틴팅 규제 완화로 얻어질 국민들의 이득보다는 사고 등에 따른 손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런데 틴팅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큰 운전면허 교육이 줄어든다니 장기적으로 그 영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경찰청과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2007년에 21만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34만 명이 다치고 6100명이 목숨을 잃어 10조 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기자는 기존 교육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에서 배운 것보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터득한 내용이 더 많았습니다. 고속도로 1차로를 고집하고 주행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급발진을 막으려면 평소에 어떤 운전습관을 길러야 하는지, 경사가 급한 비탈길에 주차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배워가면서 슬그머니 화가 났습니다. 왜 이런 중요한 내용을 교육을 통해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죠.
운전을 전혀 몰라도 문제집 하나 풀고 공식에 따라 몇 번 연습하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 구조입니다. 이마저도 줄어든다니 앞으로 갓 운전면허를 딴 초보운전자들이 무서워서 거리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과 유럽 등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견학하고 내린 결정이라는데 자동차 선진국의 운전문화와 한국의 그것을 수평선상에 놓고 시험 시스템만으로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동차 선진국에선 어릴 때부터 부모와 교통안전 교육기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동차 문화를 배웁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운전면허시험이 치러지는 것이죠. 오직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만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다릅니다. 정책 담당자들이 서툰 운전자 때문에 사고를 당해봐야 요즘 유행하는 개그로 “하∼∼ 면허시험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깨닫게 될까요.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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