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동원력 의문… 産銀지원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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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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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 우선협상 대상자 2곳 선정 이후

자베즈파트너스-TR아메리카
5~10% 가격인하 요구 가능성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중동계인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인 TR아메리카 등 두 곳을 선정함에 따라 최종 인수자는 올해 말에 가려지게 됐다. 앞으로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본계약이 체결되면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선협상 대상자의 자금 동원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국내 초대형 건설사의 해외 매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아 최종 계약까지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주당 2만 원 넘으면 유동성 ‘숨통’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은 대우건설 인수 가격으로 주당 2만 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2만 원에 팔면 3조3000억 원가량을 받을 것으로 본다. 계열사인 대한통운 주식 소각(유상감자),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 금호생명 매각, 아시아나IDT 매각, 금호오토리스 매각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더하면 6조 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06년 말 대우건설 인수 당시 투자자들과 체결한 풋백옵션(향후 주가가 일정 수준에 미달할 때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투자자에게 내줘야 할 자금 4조 원을 마련할 뿐 아니라 올해 6월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도 이행할 수 있다.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가 5∼10%의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계약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가격이 대폭 하향 조정되면 금호 측이 당초 목표로 한 3조 원대의 자금 조성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 “산은 지원 없으면 인수 힘들 수도”

금호그룹 측은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모두 자금조달능력이 검증됐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이들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산업은행이 인수자금의 일부를 대출해 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진정성과 능력이 있는 인수자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입찰 참여자들이 인수대금을 한번에 완납하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기업 인수합병 전문 금융회사의 한 임원은 “대우건설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계 자본이 주당 2만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내 금융회사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으면 인수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우선협상 대상자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수합병(M&A) 시 우선협상 대상자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계약 이행을 약속하는 보증금 명목으로 인수대금의 일부를 매각 주체에 주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입찰자들이 이행보증금 지급을 약속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동요하는 대우건설 직원들

대우건설 직원들은 이날 우선협상 대상자의 실체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업 부서의 한 직원은 “현대건설은 과거 무리한 경영으로 부실이 초래됐는데도 은행이 관리를 잘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우건설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공중에 붕 떠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대우건설이 중동 자본에 넘어갈 경우 해외 건설시장에서 대우건설과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대형 건설사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중동자본이 대우건설 경영권을 가져가면 외국계에 배타적인 중동지역 특성상 중동 국가들이 신규 공사 발주 때 한국 건설사보다는 대우건설에 우선권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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