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바오밥 나무 추출물, 젊음을 위한 진생베리(인삼열매), 러시아산 최고급 캐비어(상어알) 성분…. '영원한 젊음'이라는 여성들의 꿈을 먹고 커온 화장품 업계는 최근 피부에 좋다는 희귀성분 제품들을 쏟아 내며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피부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과장된 내용도 상당수였다. 무작위로 선정한 5개 희귀성분 제품을 통해 베일에 가려진 화장품 희귀성분의 세계를 살펴봤다.
●거짓 또는 과장 "구체적 함유량은 기밀.. 그러나 최적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함유량?"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자음생 크림'이나 '진주넥 크림'은 각각 인삼의 열매인 '진생베리'와 약초의 일종인 '진주초' 추출물을 함유한 제품으로 노화 방지 및 주름살 개선 등의 효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아모레 측은 희귀 성분 함량에 대해서는 "영업상 기밀"이라면서 "피부에 최적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치"라고 답했다. 비오뎀의 '에이지 휘트니스 프로틴 트레이너 에센스'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을 거친 최적의 수치"라면서도 추출물 함유량 공개는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대표 원장은 "같은 사람도 시기별로 피부 상태가 달라질 정도인데 모든 사용자의 피부를 만족시키는 배합 비율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거의 모든 화장품의 90%가 비슷비슷한 성분, 즉 보습을 위한 연고류인 일종의 바셀린"이라고 설명했다. 미백, 주름 개선 등의 브랜드별 기능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효 성분은 나머지 10%선에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화장품 담당)도 "'최적의 수치'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희귀 성분'의 상당수는 이미 여러 다른 국내외 회사들이 과거 활용했던 제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료확보 과정이 힘든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스킨푸드의 '수분영양세럼'은 원료 회사를 통해 캐비어 추출 물질 자체를 수입했고, 미샤의 '슈퍼 아쿠아 울트라 워터풀 크림'의 바오밥 나무 성분은 나무의 씨앗 등을 수입해 추출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에서 온 희귀천연성분' 등의 광고 문구는 그런 면에서 다소 과장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실 "무조건 함유량이 많은게 좋은 것이 아니다" "일부 성분은 효능 입증"
진주초, 올리브, 진생베리 등 일부 성분은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차단 효과를 인정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기능성 인증도 받았다. 조사대상 제품의 희귀성분 함유량을 밝힌 미샤(5%)와 스킨푸드(10%) 측은 "무조건 많은 함량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임숙희 벧엘 피부과 원장은 "성분의 함량이 높다고 무조건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다"며 "피부 침투력과 용기 내에서 특정 성분이 오랜 기간 지나면서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부과 전문의들은 식약청의 기능성 인증을 받고 이를 제품에 표시한 경우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만 하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재생 보습 효과면에서 뛰어나지만 피지를 자극하는 제품도 있는 만큼 고가의 제품만 찾기보다는 본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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