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희귀성분’ 진실 혹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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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저마다 ‘최적 함유량’ 주장… 사람따라 효능 달라


사막의 바오바브나무 추출물, 젊음을 위한 진생베리(인삼열매), 러시아산 최고급 캐비아(상어알) 성분…. ‘영원한 젊음’이라는 여성들의 꿈을 먹고 커온 화장품 업계는 최근 피부에 좋다는 희귀성분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피부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과장된 내용도 상당수였다. 무작위로 선정한 5개 희귀성분 제품을 통해 베일에 가려진 화장품 희귀성분의 세계를 살펴봤다.

○ 거짓 또는 과장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자음생 크림’이나 ‘진주넥 크림’은 각각 인삼의 열매인 ‘진생베리’와 약초의 일종인 ‘진주초’ 추출물을 함유한 제품으로 노화 방지 및 주름살 개선 등의 효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아모레 측은 희귀성분 함량에 대해서는 “영업상 기밀”이라면서 “피부에 최적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치”라고 답했다. ‘에이지 피트니스 프로틴 트레이너 에센스’를 내놓은 비오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을 거친 최적의 수치”라면서도 추출물 함유량 공개는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대표 원장은 “같은 사람도 시기별로 피부 상태가 달라질 정도인데 모든 사용자의 피부를 만족시키는 배합 비율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거의 모든 화장품의 90%가 비슷비슷한 성분, 즉 보습을 위한 연고류인 일종의 바셀린”이라고 설명했다. 미백, 주름 개선 등의 브랜드별 기능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효 성분은 나머지 10% 선에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화장품 담당)도 “‘최적의 수치’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희귀성분의 상당수는 이미 여러 다른 국내외 회사가 과거 활용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료 확보 과정에서 신비감을 불어넣는 마케팅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스킨푸드의 ‘수분영양세럼’은 원료 회사를 통해 캐비아 추출 물질 자체를 수입했고, 미샤의 ‘슈퍼 아쿠아 울트라 워터풀 크림’의 바오바브나무 성분은 나무의 씨앗 등을 수입해 추출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에서 온 희귀 천연성분’ 등의 광고 문구는 그런 면에서 다소 부풀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일부 성분은 효능 입증”

캐비아, 올리브잎 추출물 등 일부 성분은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를 인정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기능성 인증도 받았다. 조사대상 제품의 희귀성분 함유량을 밝힌 미샤(5%)와 스킨푸드(추출물 함량 450mg) 측은 “무조건 함량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숙희 벧엘피부과 원장은 “성분 함량이 높다고 무조건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피부 침투력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용기 내에서 특정 성분이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부과 전문의들은 식약청의 기능성 인증을 받고 이를 제품에 표시했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임 원장은 “재생 보습 효과면에서 뛰어나지만 피지 생성을 촉진하는 제품도 있는 만큼 고가의 제품만 찾기보다는 본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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