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이후 ‘막그릇’을 만들어 팔던 한국도자기가 본차이나의 고장 영국에 진출한다. 그것도 명품만 들어간다는 해러즈백화점에 입점한다.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73)은 “지난 7월 해러즈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던지 말도 못한다”며 “내년 4월 1일 로열코펜하겐 도자기가 있던 자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자기가 2010년 도자기 분야 ‘글로벌 톱3’에 당당히 들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도자기가 해러즈백화점 입점 기회를 얻은 것은 영국 웨지우드, 미국 레녹스 등 유수한 도자기 업체들이 과도한 은행차입금 때문에 파산했기 때문이다. 웨지우드, 레녹스는 빚 관리를 못해 2008년 파산한 후 벤처캐피털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들 도자기 회사가 판매장을 빼거나 크기를 줄이자 해러즈백화점이 7월 한국도자기에 연락을 해온 것.
한국도자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텼던 비결은 ‘무차입 경영’에 있다. 김 회장은 젊어서 겪은 ‘빚 고생’ 때문에 부채비율 0%, 현금결제만 원칙으로 하는 무차입 경영을 지금까지도 경영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사업 초기에 빚이 많았던 이유는 부친 고(故) 김종호 창업주가 1959년 충북제도(현 한국도자기)를 인수할 때 사채를 쓴 데다 플라스틱·스테인리스 그릇에 도자기가 밀렸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황실장미홈세트’가 인기를 끌고 호텔 식기납품 등 판매가 크게 호전되면서 빚을 청산하는 데 성공한다.
한국도자기에 글로벌 톱3의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무엇보다 품질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고 김 회장은 말한다. 유럽 도자기 명가에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해온 데다 2003년부터는 자사 고급 브랜드로 ‘프라우나’를, 2007년에는 ‘프라우나 주얼리’를 선보였다. 프라우나 주얼리는 스와로브스키의 보석을 박아 넣은 제품으로, 200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비재박람회에 출품해 호평을 받았다.
김 회장은 ‘프라우나 주얼리’를 앞세워 세계 고급 도자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포티 원 매디슨’ 빌딩에 쇼룸(전시관)을 냈고 2010년에는 영국에, 2011년에는 중동 ‘오일 달러’의 최전선인 두바이에 직영점을 낸다. 일본의 고급 상가거리인 긴자(銀座)에도 직영점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 직영점을 내는 일은 위험부담이 없지 않다. 해러즈백화점 매장 연간 운영비는 40만 달러(약 5억 원), 중동 프로젝트도 500만 달러짜리에 이른다. 김 회장은 “위험해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며 “내가 마지막 할 일은 세계 톱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해 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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