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 채무상환 유예 선언 쇼크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 6곳 신용 하락… ‘두바이 신화’ 부도 우려

두바이가 야심 차게 건설한 야자나무 모양의 거대한 인공섬 ‘팜 아일랜드’의 전경. 두바이 정부는 이 인공섬 건설을 맡아 진행한 국영개발회사 나힐의 채무상환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두바이가 야심 차게 건설한 야자나무 모양의 거대한 인공섬 ‘팜 아일랜드’의 전경. 두바이 정부는 이 인공섬 건설을 맡아 진행한 국영개발회사 나힐의 채무상환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사막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두바이가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를 전격 선언했다. 두바이월드가 갖고 있는 부채 규모는 두바이 전체 부채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해 두바이의 디폴트(국가채무 지불유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25일 국영 개발회사인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힐의 채무상환을 우선 내년 5월 30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4일이 만기인 나힐의 채무 35억2000만 달러(약 4조6000억 원) 상환부터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나힐은 야자나무 모양의 거대한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맡은 업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바이 국채의 부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즉각 두바이 국영기업 6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번 발표는 이날 두바이 정부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팔아 50억 달러의 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힌 지 불과 두 시간 뒤에 나온 것이다. 영국 더럼대의 크리스 데이비슨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발표의 타이밍으로 볼 때 정부가 채권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두바이월드와 나힐을 지원하는 데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바이 정부가 이 기업들을 돕는 것보다 급하게 자금을 투입해야 할 곳이 있다는 의미다. 두바이 정부는 올 2월 1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각했으며, 연말까지 50억 달러의 채권을 추가 발행할 방침이다.

현재 두바이월드의 부채는 약 590억 달러로 두바이 전체 부채 800억 달러의 74%에 해당한다. 지난달 두바이월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 직원의 15%를 내보냈지만 정부는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움직임은 중동의 무역허브인 두바이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높이는 것”이라며 “지난 몇 개월 동안 ‘부채를 상환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를 쳐온 두바이 정부의 말을 믿었던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 경제의 추락과 관련해 AP통신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신용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락한 것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직접 관련된 국내회사는 삼성물산뿐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인 두바이월드가 26일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바이월드 부동산 개발 자회사인 나힐이 발주한 프로젝트에 관련된 국내 건설사로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현재 나힐사에서 발주한 ‘팜 제벨알리’ 교량 공사를 진행 중이며 총사업비가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 원) 규모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공정이 51% 진행된 상태에서 2, 3개월 정도 대금이 미납돼 지난해 11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며 “중요한 공사인 만큼 채무 지불유예 기간이 끝나면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건설이 두바이에 짓는 세계 최고층빌딩인 ‘버즈 두바이’는 두바이월드와 관계가 없는 ‘이마르’사가 발주한 것으로 내년 1월 4일 예정대로 호텔 개관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팜 데이라 준설 공사’를 끝낸 이후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으며 성원건설과 신성건설 등은 두바이월드와 관계가 없는 발주처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